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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저녁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을 발표하기 3시간30분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부보좌관 3명은 콘퍼런스콜(전화회의) 형태로 내·외신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미리 설명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이들은 어떠한 질문에도 기탄없이 대답했다. 기자들은 오바마의 발표가 있기 전에 이미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연설 시간에 맞춰 독자, 시청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미국 방문을 위해 14일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워싱턴에서 취재활동을 하다보면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당국자들의 수많은 브리핑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 한국과 달리 익명의 당국자의 배경설명을 내신기자들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낯설지만 ‘웬 떡이냐’ 하는 마음으로 여건이 되는 대로 참여해본다.

기자가 특파원 근무를 위해 한국을 떠나온 지 1년여다. 한국 물정에 대한 감이 떨어질 때가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정부의 대언론 설명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음을 여러 경로로 듣게 된다.

그러던 중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4~16일 미국 워싱턴을 다녀갔다. 그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자신의 방문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기를 꺼렸다.

김 실장은 국방장관 시절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하자고 미국 측에 말을 꺼낸 당사자다. 이번에 미국 당국자들과 만난 뒤 논의가 어떻게 줄기를 잡아가는지 국민들에게 얘기할 책임이 있는 당국자다.

그동안 한국에서 고위급 외교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하면 바쁜 일정 와중에 짬을 내서라도 왜 왔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기자들에게 설명해왔다. 그의 전임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0월 방문했을 때도 그렇게 했다.

김관진 실장이 왜 기자들과의 만남을 꺼렸는지 한국에 전화도 해보고, 주미대사관의 설명도 들어봤다.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이 돌아왔다.

“김장수 전 실장이 작년에 미국에 와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가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혼이 났다고 하더라.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안 만나주고 있는데….”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 책무 아닌가. 진정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두려웠던 것일까.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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