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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전국체전 태권도 고등부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전 심판 승부조작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모 대학 태권도 관련학과 교수가 제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서울시태권도협회 임원에게 청탁, 조직적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게 확인됐다. 당시 고교 3년생인 전모군은 5 대 1로 이기고 있다가 주심이 종료를 앞둔 50초 사이에 무려 7개의 경고를 남발해 반칙패를 당하는 너무나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더구나 피해 학생은 인천지역 학교를 다니다가 해당 주심의 편파 판정을 못 견뎌 서울로 전학까지 왔는데 심판도 서울로 옮겨오는 악연까지 이어졌다니 그 분노를 짐작할 만하다. 결국 인천의 한 태권도 관장인 피해 선수 아버지가 지난해 5월 편파판정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상대 선수 아버지와 협회 전무, 기술심의의장, 심판위원장, 부위원장을 거쳐 주심에게 편파판정을 청탁한 짬짜미의 어두운 결과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에 태권도계에서 학연·지연을 통한 승부조작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는 진술이 나온 점이다. 이른바 협회가 주심에게 편파판정을 주문할 때 ‘오다’라는 전문용어를 쓸 정도로 승부조작이 만연돼 있다고 한다.

승부조작 사건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에서 끊임없이 터지곤 한다. 과거 유도 추성훈, 쇼트트랙 안현수 등은 편파판정 논란 속에 국적까지 포기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태권도계의 비리는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는 고질병이다. 태권도계는 승부조작 외에 협회 내분, 선수 지원금 횡령, 입학 비리 등으로도 숱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태권도 국가대표 김태훈이 12일 태릉선수촌 태권도장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태권도는 고도로 정련된 정신 수련의 무예이자 한국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세계 204개국에서 8000만명이 즐기는 태권도 종주국임을 자랑해왔다. 게다가 최근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노력으로 올림픽 퇴출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상태다. 페어플레이, 공정한 판정이 없는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 태권도 정신이 죽은 태권도는 국기(國技)가 아니라 국치(國恥)다. 문화체육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대 비리 가담자 영구추방 등 태권도계 쇄신·심판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정부는 체육계 승부조작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근절책을 확실히 내놓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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