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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은 지금까지 있었던 사이버 공격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마을에 원인 모를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평소 행실이 나쁜 것으로 소문난 구성원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이번 사건을 북한과 연관짓는 근거는 e메일 공격에 북한 인접 지역인 중국 선양발 IP가 동원됐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린 글에 등장하는 ‘아닌 보살’이 북한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라는 점도 꼽힌다.

하지만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꾸밀 수 있고, 확인된 악성코드도 이전에 북한이 사용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판명되지 않았다.

또한 이전에 북한이 사용했다는 악성코드도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당시에도 추정이었을 뿐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여당과 보수세력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이미 단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국가정보원에 의한 민간정보 독점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큰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에 이용하려 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조석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원전자료 유출과 사이버공격 등 원전 안전과 관련된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지난 27일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을 계속 방치하면 언제 또다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정보 유출사건 같은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했다.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원유철 의원은 “야당은 이번 사태에서 보듯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법 통과에 힘을 모아 이번 임시국회 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격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배후와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 쉽다. 이번 사건이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없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이미 국정원에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라는 기관이 존재하고 있다. 국정원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만들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감시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박은경 정치부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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