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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제민 정치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에 다녀온 뒤 열흘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대통령이 우리 영토에 다녀오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들이 속 시원하다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 무성의하게 나와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에도 공감한다. 일왕이 한국에 오려면 독립운동가 자손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게 먼저라는 것도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러면 이 대통령의 방문으로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가 더 공고해졌을까. 이 대통령의 질타로 일본인들이 대오각성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 같지 않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행을 공언한 뒤 독도는 한발 더 국제 분쟁지역화했다. 일본 사회 역시 반성하기는커녕 반한 감정만 키웠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는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일본 내 좌파세력까지 반발하게 했다”는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전언은 그래서 뼈아프다.
일본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도쿄 한국대사관 부근에서 일장기를 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과 발언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향신문DB)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를 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일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별개다. 감정만 갖고 대응할 일이 아니다. 무력으로 일본인들을 굴복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그들과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잘못을 계속 지적해 반성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 독도 방문의 뒤처리는 이제 외교 실무자들과 국민 몫이 됐다. 이 대통령은 전에 북한에도 ‘농지개혁을 해야 한다’ ‘지도자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인즉슨 옳지만, 남북관계는 악화됐다. 시원한 말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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