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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다. 박 의원은 어제 당내 경선 개표 결과 84%를 득표했다. 압도적 1위다. 이로써 그는 한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유력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됐다. 승리한 박 후보에게 축하를, 선전한 김문수·김태호·안상수·임태희 경선후보에게 위로를 보낸다.
새누리당 경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했다. 이변도 드라마도 없이 조용히 치러졌다. 투표율(41.2%)은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중 가장 낮았다. 반면 박 후보의 득표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본선은 다를 것이다.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지율 선두를 다투고 있고, 민주통합당 유력주자인 문재인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박 후보는 이제 대세론이라는 보호막을 떨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경향신문DB)
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다짐이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역사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박 후보는 5·16을 두고 “쿠데타가 아니며, 나라 전체가 공산화될 수 있는 위기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제도 “과거로 자꾸 가려고 하면 한이 없다.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자의 미래비전은 과거에 대한 평가, 역사에 대한 인식의 토대 위에 형성된다.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상 특정인의 딸로서가 아닌, 국가지도자로서의 역사관을 보여줘야 한다.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문제나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박 후보가 오늘의 위치에 오른 자산은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다. 하지만 4·11 총선 돈 공천 의혹에 대처하는 자세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는 당내에 정치쇄신특별기구를 설치해 공천비리를 뿌리뽑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제도 개혁이 아니다. 기존의 진상조사위조차 파행을 빚고 있는데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한 만큼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다.
박 후보는 정책 변화와 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2007년 경선 당시 ‘줄·푸·세’로 대표되는 감세·성장론을 내세우다 최근 ‘경제민주화’로 전향했지만 변신의 근거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지금도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며 경제민주화 기조와 배치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핵심정책의 모순적 요소는 정리해야 마땅하다. 동생 박지만씨와 올케 서향희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불통’ ‘사당화’ 논란을 거울삼아 당내 민주주의 회복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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