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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자주 보이던 게시물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사실 그게 뭐였는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무심결에, 의미 없이 밀어 넘기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몇 개를 곰곰이 꼽아보니 ‘테이스티’라는 ‘먹방’ 영상이 대표적이다. 테이스티는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2015년 7월에 만든 요리·음식 채널이다. 재료를 손질해 조리하고 떠먹기 직전까지 과정을 빠르게 편집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먹음직스럽고 화려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페이스북의 섬세한 알고리즘은 틀림없이 잡아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잠시 일하다 말고, 자기 전 누워서 먹방 영상만 하루에 수십개를 소비했다.

2년 전쯤 집수리를 해야 해 인테리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던 기록도 페이스북에 포착됐을 것이다. 인테리어가 예쁜 남의 집 사진을 모아서 보여주는 게시물도 내 뉴스피드의 단골이었다. 그리고 하는 일 때문에 ‘좋아요’와 ‘팔로우’를 해둔 미디어의 수많은 뉴스들.

그런 게시물들이 내 타임라인에서 대거 자취를 감췄다. 페이스북이 게시물 정책을 바꾼 결과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은 “친구와 가족들이 올린 게시물이 더 우선적으로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에 “기업, 미디어의 게시물이 개인적인 공간에 넘쳐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면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지 몰라도 시간을 더 값지게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지난해 20억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인터넷을 쓰는 사람 3명 중 2명은 페이스북을 쓴다. ‘지구인 플랫폼’이 된 만큼 문제도 많아지고 책임도 무거워졌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와 확증편향의 논란 한복판에 선 지 오래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이 수많은 페이스북 가짜계정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트위터, 구글과 함께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홍역을 치렀다.

페이스북 라이브가 자살이나 살인을 생중계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콘텐츠를 어떻게 잘 걸러낼지도 페이스북의 책임이 됐다. 광고와 영상, 기사 말고 볼 게 없다는 비판도 많아졌다. 페이스북 내부의 표현을 빌려 “3초마다 가슴 뛰는” 대신 무의미하고 수동적인 엄지 스크롤만 거듭되는 현상이 생겼다. 페이스북의 전직 임원이었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지난해 1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사회가 작동하는 구조를 망가뜨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선언은 친구들과 ‘연결’되는 재미가 신선하고 쏠쏠하던 그때로, 사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던 그때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다. 이미 거대한 공적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듯한 공간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8월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7%가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본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중 개인의 일상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스타그램만 성장세를 보였다.

고객과 독자들에게 노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업과 미디어는 비상이 걸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도 더 많이 잘 보이게 할 것인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련 분석과 주문도 넘쳐난다.

미디어 종사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대책을 생각할수록 계속 본질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지금 왜 소셜미디어를 하는가. 내가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뭘까. 소통과 연결, 정보 민주화와 집단지성의 표상이었던 소셜미디어는 지금도 그러한가. 소셜미디어의 본질이 바뀌었다면 그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나.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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