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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편집 재배치로 인해 검색 등 네이버 서비스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거의 무너졌다. 네이버가 지금의 네이버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이해진 창업자와 직원들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기여한 수백만명의 사용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네이버 성장의 견인차가 된 지식인 서비스 역시 누리꾼들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기득권이 되면 한순간에 권력과 재벌의 편이 되어 동업자의식을 갖는 우리 사회 추악한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을 키워준 국민과 누리꾼들을 배신한 것이다. 게다가 기사 재배치 조작이 스포츠에 한정됐다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다. 왜 우리는 네이버의 기사 재배치에 이토록 분개하는가. 네이버는 대한민국의 생각과 인식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영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 나는 한 자영업자가 보낸 하소연을 잊지 못한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이트 등록을 했지만 네이버에서 검색이 잘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네이버 고객센터에 수차례 연락과 문의를 했지만 몇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나 답변을 듣지 못해 상심해 있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 같아 돈만 내면 초기화면에 실어주는 네이버 파워링크를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무시와 냉대를 받은 것이 너무 억울해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분신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약자에게는 이처럼 무례한 네이버가 권력과 재벌에는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가. 지난 7월 모 신문사가 검찰·특검 수사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삼성이 이재용에게 불리한 기사의 포털 노출을 막았다”는 기사에는 삼성의 한 임원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고 형태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 양쪽 포털사이트에 미리 협조요청을 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 이 문자메시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물론 네이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삼성 역시 “담당 임원이 자신이 네이버에 부탁한 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잘못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우선 삼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리 협조를 요청해서인지”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또 포털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기사의 가치나 중요성과 상관없이 댓글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뉴스의 가치나 뉴스를 생산한 신문사나 기자, 칼럼니스트가 누구냐 하는 것과도 상관없다. 오로지 메인화면에 노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모바일, 즉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소비가 추세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네이버 초기화면에 뜨는 오로지 5개의 뉴스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네이버 편집자가 메인화면에 뽑은 기사는 대체적으로 이용자들이 많이 본 뉴스가 되며 동시에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기사가 된다. 만일 네이버가 검색조작이나 편향적인 기사편집과 재배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통제하고 있었더라면 부패한 정권이나 세력들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산처럼 드러나고 있는 적폐 양산의 또 다른 공범자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금의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어떤 면에서 언론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운운하면서 검색과 뉴스 배치에 시스템이 개입돼 있어서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시스템의 오류보다 더 치명적인 인간의 손이 개입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스포츠 기사 재배치 조작 사건이 그저 빙산의 일각이라고 믿고 있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이 만들어준 기사를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면서 권력이나 재벌들과 밀착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냐는 의혹 역시 끊이지 않는다. 뉴스 서비스 외에 검색조작 문제도 네이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독재정권은 담론을 만들어, 즉 의미를 생성해내고 그것을 사회구성원들에게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강제로 주입시켜왔다. 실시간검색어의 경우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관심까지 조작할 수 있다. 검색은 인터넷과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인식 범위를 결정하기도 하고,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책이나 영화, 병원, 학교, 디지털기술 등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한 번도 정부당국의 요청으로 실검을 삭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 바닥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곧이 믿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검색결과나 조작된 실시간검색어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네이버의 이번 기사 재배치는 화면조작을 한 일종의 피싱에 가까운 범죄라 할 수 있다. 정보 교란행위다.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은 한국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고 있다. 서버를 두지 않는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초심을 잃은 구글의 철면피 행각. 구글을 떠올리면서 네이버가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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