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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욱 정치부 기자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새벽 통합진보당 지지철회를 공식화했다.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며 노동의 정치세력화를 꾀했지만, 이 실험이 실패로 귀결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곧바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모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하면 쉽게 결론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잘못됐기에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과 결별했나. 외형적 계기는 통합진보당 구주류 당권파 때문이다.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조준호 전 공동대표를 폭행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함께할 관계가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당과 노동이 한몸이라고 했던 지난 12년이란 시간을 되짚어보면 ‘동반 성장’은 아니었다.
민노총 갈림길에 서다 (출처 :경향DB)
당은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에 적은 의석으로 늘 힘에 부쳤을 게다. 그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양극화 그늘이 넓고 짙어졌지만 민생 문제 해결에 당력을 총집중하지 않았다. 소수정당으론 어찌할 수 없으면서도 통일 문제 등 거대 담론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 정규직 중심의 활동으로 비정규직 등 더욱 소외된 이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그 결과, 당과 민주노총 모두 노동을 정치 주체로 세우지 못했다. 19대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강세지역인 울산·창원에서 패배한 것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계 다른 한 축인 한국노총을 보자. 한국노총이 지난해 12월 민주통합당 창당에 공식 참여하면서 시작한 ‘노동정치’ 실험은 진행형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행복한 전태일(노동자)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당장 내부가 갈라져 있다. 한국노총이 대의원대회를 열어 ‘민주당 참여’라는 정치방침을 재확인한 지난달 27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가 새누리당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한국노총이 민주당 최고위원(이용득)과 국회의원 4명을 배출했지만, 당의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노동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적극적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 노동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내놨다.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는 “민주노총과 함께 하겠다”고 하고, 손학규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노동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인지, 실제 그렇게 될지는 대선 이후를 봐야 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이 정당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서민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적극적이고 필연적인 행위 말이다. 정치참여가 노동계 일부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 수단으로 머무는 것을 이제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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