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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욱 정치부 기자 ahn@kyunghyang.com

18대 국회가 2일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국회 임기는 5월29일까지이지만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실제 활동은 끝난 셈이다.

18대 국회는 쏠림이 심했다. 4년 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제1당이 됐고, 친박연대(14석)까지 합하면 167석이었다. 반면 통합민주당(83석), 민주노동당(5석), 창조한국당(3석) 등 진보·개혁 정당은 합해봐야 91석에 그쳤다. 힘의 우열이 여실한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 운영은 진즉 기대하기 어려웠다.

거대 여당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하면 우회로를 찾지 않았다. 야당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밟고 넘어갔다. 그 결과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이 갖가지 기록으로 남겨졌다. 18대 직권상정 의안 수는 16대 6건, 17대 29건을 훨씬 뛰어넘는 99건이었다. 여야 입장차가 컸던 법안은 여지없이 직권상정이 됐다. 부자감세 법안을 시작으로 신문법·방송법 등 미디어법, 4대강 사업 관련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이 대표적이다. 합의처리가 관행이었던 예산안마저 4년 내내 강행처리한 것도 거대 여당이 횡포를 부렸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야당의 저지 속에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고 있다. l 출처:경향DB

대화와 타협 대신 극한 대립에 빠져드는 것은 일상이 됐다. 국회에서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의원들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해머에 소화기,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압도적 표차로 등장한 이명박 정부가 여당을 흔들어대면서 통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논쟁을 비효율적인 일로 여기는 최고경영자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관이 한몫했다. 국회의 입법권이 제왕적 대통령에게 휘둘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18대 국회는 소통보다는 불통으로 점철됐다. 조용환 변호사처럼 정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회 표결에서 부결돼 여야 간 불신의 깊이를 드러냈다.

국회는 마지막까지 씁쓸함을 안겨줬다. 의안처리제도개선법 얘기다. 더 이상 몸싸움을 하지 말자고 여야가 의견을 모았지만 19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더니 이 법이 도입되면 ‘식물국회’가 된다며 입장을 바꿨다. 여기저기 뜯어고쳐가며 우여곡절을 거쳤다.

19대 국회는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 일단 여야의 국회 의석수는 엇비슷해졌다. 총선 결과 152석이던 새누리당은 문대성·김형태 당선자가 탈당하면서 150석이 됐다. 야당도 민주통합당(127석)과 통합진보당(13석)이 합치면 140석이다. 제1당이라도 힘으로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정치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여야가 물밑에서 깜짝 합의를 이루기보다 비효율적으로 보여도 치열한 논리 대결을 거쳐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까. 유권자인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하고 공감하며 입법 활동에 반영할 수 있을까. 결국 매번 기대하면서도 4년 뒤에 속절없이 배반당하는 일을 또다시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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