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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할 모양이다. 4·11 총선이 새누리당 승리로 끝나자마자 경제 부처 일각에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을 거론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강남 3구 투기지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발표가 임박한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받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주택·토지 등 부동산 경기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정부는 해마다 두세 차례씩 부동산 시장을 띄우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집을 팔려고 해도 못 파는 서민층의 고충을 덜어준다는 명분 아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포장된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고 과거에 힘들게 도입했던 투기억제 장치들만 차례로 무장해제시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 (경향신문DB)



강남 3구는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이다. 이곳의 투기지역 지정이 해제되면 전국에 투기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투기심리 자극 효과다. 투기지역 해제가 당장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지만, 과거 ‘부동산 투기 진원지’로서 강남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투기심리를 자극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 10%포인트 가산이 적용되지 않는 등 이명박 정부가 내건 부자감세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투기지역 해제와 함께 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대출을 연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도 현행 40%에서 50%로 각각 높아지게 된다. 이는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꼴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아 투기에 대한 걱정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투기는 일단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들불처럼 번져 백약이 무효다. 정책의 유연성도 필요하지만 강력한 투기억제 장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투기조짐이 나타나면 그때 가서 다시 투기지역으로 묶으면 된다’는 새누리당 일각의 주장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아마추어나 할 소리다. 시장에는 정부·여당이 4·11 총선을 통해 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강남 3구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투기지역 해제를 서두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투기심리를 자극해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발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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