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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 한참을 길 잃은 자리에서 서성거린다.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그러다 올림픽공원 동문으로 가는 곳, ‘올림픽공원역’을 알려주는 이정표 앞에 선다. 이정표는 ‘주로 도로상에서 어느 곳까지의 거리 및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 또는 ‘어떤 일이나 목적의 기준’이라고 정의된다.

나는 이름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평생을 살았다. 선생님 자리에서 내려온, 선생님 직업에서 떠난 사람은 이제 어떤 호칭으로 불릴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어떤 호칭으로 불릴 자리, 직업을 떠났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길에 서 있는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를 그 자신도 모르게 한다. 그러다 문득 이정표를 본다. 이정표에 대한 다양한 사전적 의미가 다가온다. 이제 평생을 들어온 선생님 소리를 접고 한 개인으로 사회에 서야 할 시점이다. 60이란 나이가 주는 버거움이 현실이 된다. 평생 나를 규정했던 어떤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새로이 어떤 한 사람으로서 100세 시대에 서기 위한 서툴고 미숙한 발버둥을 시작한다. ‘여행이 끝났을 때 길은 시작된다(As the voyage is completed, the road begins).’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많은 제자들에게 수없이 했던 말이다. 새삼 이 말을 60대에 선 나 자신에게 각인시킨다. 새로운 길이 시작될 것이고 길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믿으려 세뇌시킨다.

청년들도 어디건 사회에 발을 내딛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갈 길 몰라 방황하는 ‘잃어버린 세대’는 1920년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2017년 한국 청년들의 모습이다. 길을 잃은 60대 부모와 30대 자녀들이 ‘길 찾기’에 온 마음과 정신을 다 쏟고 있다.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하는가? 올곧고 바르고 정직한 이정표는 진정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길 찾기는 계속된다.

유명숙 | 시민·서울 송파구 위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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