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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 초·중순이 되면 전국 학교의 졸업식이 열린다. 학생들은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고 정들었던 학교를 다시 오지 못할 생각에 시원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울다가 웃는다.

그런데 이렇게 기쁨과 슬픔 등 만감이 교차하는 때에 갑자기 밀가루가 날아든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에게 달려들어 교복을 찢는다. 당황한 학생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뒤풀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험은 악몽으로, 범죄의 추억으로 뇌리에 잦아들고 오래 기억된다.

졸업식 뒤풀이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못된 장난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점점 장난을 넘어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뒤풀이 영상을 보면 도저히 장난으로 볼 수 없는 심한 폭력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뒤풀이 문화를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라고 부른다. 뒤풀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밀가루, 계란 등을 뿌리고 던지는 행동은 폭행죄로 형법상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옷을 찢어 알몸이 되게 하는 것은 강제추행죄로 10년 이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 뒤풀이 회식비 명목으로 폭행·협박해 돈을 뺏으면 공갈죄로 10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뒤풀이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졸업식 전 잘못된 뒤풀이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인지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뒤풀이 문화가 빚어내는 피해에 대한 공감교육도 실시돼야 한다. 또한 선생님, 학부모들이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는 범죄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명확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졸업식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유종의 미를 거둬 오랫동안 좋은 기억에 남는,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건강한 졸업식이 되길 기원한다.

박정길 | 시흥경찰서 신천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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