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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발생한 서울 사당종합복지관 천장 붕괴사고에서 서울시와 동작구청은 현행법상 1차적 책임이 없다. ‘책임감리제’라는 제도 때문이다. 공공시설·건축물은 공무원이 시공업체를 선택해 진행하지만 공사현장의 감리·감독은 직접 하지 않는다. 1990년대 행주대교, 성수대교 참사와 청주 우암아파트 붕괴 등 대규모 안전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 대신 민간에서 공사를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 공무원과 업자의 결탁을 끊어야 부실공사도 사라진다는 판단에 1994년 ‘책임감리제’가 도입됐다. 초기 의무적용 대상은 50억원 이상 공사였지만 공사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인상되면서 200억원 이상으로 대상이 조정됐다.
신축 공사 중인 사당종합체육관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11일 발생했다. 천장 슬라브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일부가 매몰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책임감리제 공사는 진행사항을 현장소장이 시공사에 보고하면 이를 감리사가 점검한 뒤 발주기관에 보고하는 형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감리사가 현장을 모두 지켜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 감리업체 관계자는 “전 과정을 감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외국처럼 콘크리트 작업 하나도 감리가 붙어 지켜본 뒤 하자가 생기면 공사를 중단시키는 식으로 공사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었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감리업체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저가낙찰, 시공사 눈치보기나 ‘짬짜미’ 등이 요인이다.
서울시는 그간 대형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책임감리제의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사고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12일 “시공사에 부실이 있다면 법적·경제적 책임을 끝까지 지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고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사설계·발주, 입찰, 시공 전 과정에서 철저히 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지 기대해 본다.
김보미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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