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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권에서 자유라는 말이 개념어로 사용된 것은 근대에 들어서이다. 서구로부터 freedom, liberty 등이 소개되자 이들의 번역어로 자유가 선택되었다. “스스로(自)” “말미암다(由)”로 구성된 자유가 ‘속박됨이 없음’ ‘억압에서 벗어남’ 등을 뜻하는 freedom이나 liberty의 개념을 담아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스스로 말미암는다”고 함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간섭받거나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자유는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 되다”는 뜻의 자주(自主)나 “스스로 세운 규율에 따라 행하다”는 뜻의 자율(自律) 등과 늘 함께한다.

또한 자율이 “무율(無律)”, 곧 규율 없음을 뜻하지 않는 것처럼, 자주가 “나 자신의 주인이라고 하여 남을 부릴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자유 또한 자기 멋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음을 가리키지 않는다. 자율이 스스로 세운 규율을 자발적으로 지킴인 것처럼, 자주가 타인도 그 자신의 주인임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자신의 주인됨을 실현함인 것처럼, 자유도 어디까지나 타인의 자유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의 자유다.

자기에게만 자유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요, 누구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개인이나 한 집단에만 허용된 자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회를 일구고 사는 한 자유는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없다. 예컨대 자유는 그 소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정당화된다. 자유의 결과가 일탈과 탈법이고, 그것의 소산이 자기만의 또는 자기와 연관된 이들만의 누림이자 군림이라면 이는 어느 한 자락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여 전근대시기 한자권에서의 자유는 “자득(自得)”이나 “자적(自適)”, 곧 스스로 충족된 상태의 실현 같은 내면의 수양과 긴밀히 연관되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모든 자유인은 법이라는 한 가지에 복종한다. 노예는 법과 주인이라는 두 가지에 복종한다”와 같은 준칙이 공유되고 있었다.

또한 자유는 진실, 평화, 관용, 공공선 같은 가치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자신이나 일부만을 위한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면 ‘자유민주적’ 제 가치가 기본인 여기가 아니라 무인도에 가서 살면 된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연재 | 김월회의 행로난 - 경향신문

 

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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