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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선을 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선거운동 기간에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은 이미 사라졌다. 해외 순방에서 발생한 대통령 자신의 발언 책임을 특정 언론에 돌리고, 국익을 훼손한 가짜뉴스, 악의적 보도라고 연일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약 40시간 전에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갔다. 대통령실에 이어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삼성과 여타 기업에 MBC에 광고를 넣지 말 것을 비대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정치 권력이 시장의 힘을 빌려 언론사 광고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지난 15일 여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조례안을 의결한 것 역시 ‘김어준’을 비롯한 특정 보도가 여당 비판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안다. 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YTN 공기업 지분 매각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직접 자상하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공개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기간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이라든지,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라든지, 또 대선 개표 방송을 하면서 이재명 49%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한 사건도 있었다”고 발언했다. 1980년대 보도지침과 언론사 통폐합을 주도한 전두환 독재정권도 ‘공개적’으로 이런 말은 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과정과 집권 초반기 언론사 보도나 방송 프로가 마음에 들지 않고 아예 민영화를 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비판 언론에 대한 편파적인 인식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취임 초기 ‘친언론 행보’ ‘투명한 대통령실’을 강조하며 시작한 도어스테핑(공개 장소에서의 약식 기자회견)은 이미 보여주기 행사, 선택적 응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대답하기 싫은 민감한 정치 질문은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지나가 버린다.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동남아 순방 기간 전용기에 특정 기자를 부른 것에 개인적인 일이라고 치부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용기에서 수십명의 각 언론사 출입 기자가 있는데도, ‘콕’ 집어서 특정 기자를 불러서 대화한 것도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 조치와 발언들이 얼마나 참담한 언론 탄압인지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더 무섭다. 대통령 스스로 이야기한 ‘헌법수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행동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을 탄압하면서, 말로는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헌법 제21조에 표현의 자유를 수호할 책임은 사라지고, 언론이 동맹 관계의 이간질을 했다고 강조한다. 자꾸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취임사와 광복절 기념사, 유엔 총회 연설에서 그렇게나 ‘자유’를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

만약 선거 때의 보도나 정부비판 기사를 빌미로 정치권이 언론을 압박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 기본권의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권력의 시각에 따른 선택적 자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경험으로 보아도 언론의 자유 훼손은 권력 감시기능의 약화와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와 퇴행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언론 자유를 진영논리나 이념투쟁의 이분법적 논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 특정 언론사를 비판하고, 심지어 광고를 주면 안 된다고 시장을 압박하거나, 심지어 맘에 들지 않는 언론은 아예 폐쇄하려는 정치적 의도는 민주주의를 퇴보시킬 뿐이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연재 | 미디어 세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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