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小雪)이다. 첫눈에는 기다림과 설렘이 있다.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날, 나에게는 따뜻함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이 있다.

건설근로자. 그들의 투명한 근로내역 관리를 위해 도입된 전자카드제가 대폭 확대되면서, 고용복지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첫눈처럼 설레고 반가운 일이다.

전자카드제의 근간인 퇴직공제제도는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들을 계기로 1998년 도입되었다. 일용직이 대부분이기에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혜택에서 소외된 건설근로자들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해 사기를 높이고 성실 시공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제도 도입 시 모습을 회고해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일용직도 퇴직 후 목돈이 생긴다는 기대감에 찬 모습, 이름 적힌 퇴직공제수첩을 보며 “이제야 근로자의 신분이 생긴 것 같다”고 기뻐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퇴직공제제도가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온 25년여 세월을 지나, 이제는 전자카드제를 통해 건설산업을 투명화하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늘날 현장에서는 전자카드제가 법제화되면서 출퇴근 시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근로내역을 누락 없이 직접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퇴직공제금 적립은 물론, 데이터에 기반한 경력 관리, 임금체불 방지, 직종별 위험도 파악을 통한 사고예방까지도 가능하다.

통계를 보더라도 제도는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도입돼 지난 6월까지 약 52만장의 카드가 근로자들에게 발급됐고, 지난 7월 적용 범위가 확대(공공 50억원, 민간 100억원 이상 공사 적용)되면서 4개월 만에 32%가량 증가한 총 69만여장의 카드가 발급됐다. 전자카드제는 4700여개 현장에서 원활하게 운영되면서 근로내역 신고 증가세를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2024년 1월, 모든 퇴직공제 현장에 제도가 전면 확대될 예정이니 건설산업 발전과 근로자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들의 소중한 땀의 가치를 되새기는 ‘건설기능인의날’이 오늘 13번째를 맞는다. 그 뜻깊은 날이 올해는 유난히 설레고 반갑게 느껴진다. 전자카드제와 함께 현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유정지는 ‘대비백두옹’이라는 시에서 세상의 큰 변화를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고 표현했다. 그 비유처럼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는 건설산업의 발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근로이력을 투명화하는 변화의 물결 위에서, 정합한 임금이 제공되고, 인력 진입과 육성이 확대되며, 건강한 사회보험과 든든한 퇴직공제금을 바탕으로 건실한 시공 여건이 조성되는 첫눈의 설렘이 담긴 소식들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신익철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영전략본부장>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