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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12년 10월22일자 8면에 ‘FTA 강자 새만금’ 제목의 기사와 ‘FTA 절대강자 새만금’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신문은 새만금이 중국과 가깝다며 새만금과 중국의 교류 역사와 인연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교류 역사와 인연을 중시하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러면서 새만금이 FTA 최적지임을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 앞부분 요약은 아래와 같다.

한국 새만금은 중국 동부 스다오(石島) 항구에서 37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전설에 따르면, 진시황(秦始皇·기원전 259~210·중국을 최초로 통일함)은 방사(方士·신선의 술법을 닦는 황제의 측근) 서복(徐福)에게 선약(仙藥·신선이 만드는 불로초)을 구해오라고 명했다. 서복이 맨 처음 간 곳이 바로 새만금 앞바다 고군산군도에 있는 선유도(仙遊島·신선이 사는 섬의 뜻)이다. (선유도에서 불로초를 못 구한 서복은 제주도에 가서도 불로초를 구하지 못해, 귀국하면 죽임을 당할까 봐 일본으로 도망쳤다고 함)

신라 김교각(왕자 출신 고승), 최치원, 혜초 등은 새만금에서 배를 타고 당(唐)으로 갔다. 원(元) 때는 상인 이원(李元)이 전수해 준 화약기술로 고려 말 대장 최무선이 80척의 목선으로 400척의 왜구 군함을 이곳에서 격파했다. (기사는 ‘고려’를 ‘신라’로, ‘崔茂宣’을 ‘崔武善’으로 잘못 씀) 조선 명장 이순신은 이곳에서 조선과 명(明)의 연합작전을 수립했다.


오늘날 세계경제 불황과 보호무역주의 아래 국가 간 교류와 왕래에 새로운 장벽이 생겼다. 중국 수출도 다양한 장애물에 부딪혀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새만금은 새로운 교량(橋梁·다리)이자 교두보이다. 새만금은 최적의 무역 환경을 갖췄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 등과 FTA를 체결했다. 새만금은 무역을 활성화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대부분의 관세는 철폐됐고 통관도 매우 편리하다.

기사 뒤쪽에는 새만금에 외국인이 투자하면 토지 소유권을 갖는다는 장점을 소개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로 토지가 국유이고 개인과 기업은 사용권만 갖는다. 새만금 땅이 ‘상대적으로 값싸다’며 외국인 투자이민제도를 설명했다. 아름다운 고군산군도 관광투자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관광지 개발 계획 등도 소개했다.

중국이 새만금에 눈독을 들여온 이유는 하나다. 새만금이 ‘중국 수출의 활로’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새만금에서 상품을 생산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FTA의 혜택을 입으며 서방으로 수출할 수 있다. 서방과 타협이 거의 불가능한 위안화 환율 전쟁을 피하고 보호무역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황금의 땅’인 것이다. 이것이 2012년 10월 중국의 눈높이다.

중국 눈높이를 모르는 전북 도지사

한·중이 새만금 경협단지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2013년 12월이다.

경협단지 추진이 다 알려진 상황에서, 2014년 6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도 송하진 전북 도지사는 새만금 관광단지를 공영방식으로 개발해 새만금 서해안 권역을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간척지 벌판을 어떻게 개발하면 서해안 권역을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할 수 있는가? 경협단지를 추진하는 중국의 눈높이를 이해했다면, 그런 공약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은 온갖 노력을 했지만 투자 유치가 극히 부진했다. 돈을 벌 것 같으면 투자가 몰렸을 것이다. 제주도는 왜 투자가 몰리는가?

나는 지난 8월1일 ‘새만금과 중국 눈높이’ 제목의 글을 썼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외국 기업도 새만금에서 원형지(부지 조성공사 전 단계의 토지)를 공급받아 필요한 용도로 개발하도록 허용하고 그중 50%까지 매각하는 것도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 시행 및 원형지개발권은 국가·지자체·국내 기업만 갖도록 제한됐다. 돈이 부족한 국가·지자체·국내 기업에는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하는 원형지 조성 및 개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돈이 있는 외국 기업들에는 아예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주지 않아 투자를 원천봉쇄하는 규제였다. 이번 규제 완화로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초적 환경은 조성됐다.>

송 지사는 당선 뒤에도 새만금을 공영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송 지사는 당선인으로서 “새만금 개발은 토지조성, 기반시설 구축 등으로 토지단가가 상승해 민간자본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관광공사 등 공기업과 민간이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포함해 공영개발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영개발 재원조달 방법도 없는데, 토지 분양가를 싸게 해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규제를 완화한 중앙정부의 방식이 아닌 송 지사 방식대로 공영개발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새만금으로 오길 꺼릴 것이다. 그러면 규제 완화 이전 방식대로 국가·지자체·국내 기업(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개발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은 향후 팔기 어려울 땅을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돈이 부족한 국가·지자체·공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써야 한다. 국가·지자체는 재정난에 빠지고, 공기업은 빚더미 위에 또 빚더미를 쌓게 된다. 공기업은 혈세로 막아주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도가 공영개발에 참여한다면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새만금 사업도 파산한다. 전북 도민은 도탄에 빠진다. 송 지사는 중국 눈높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새만금 땅을 값싸게 넘기자는 건가

전북도는 김완주 전 지사 때부터 새만금 원형지 개발 이후 산업단지 땅값을 평당 50만원 이하로 낮춰야 분양이 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한·중 경협단지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됐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송 지사는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중 경협단지가 들어서면 새만금은 세계적 FTA 허브로, 세계무역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다. 중국 유명 산업단지에서 보듯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려는 세계의 기업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런 미래를 잉태하고 있는 땅을 외국 기업들에 값싸게 ‘소유권’을 넘기자는 건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중국 산업단지들의 50년 ‘사용권’ 땅값 시세를 알아보라. 송 지사는 국부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생각지 않는가?

박 대통령 전북 방문은 MOU 체결 이후에

한·중 정상회담 뒤, 송 지사는 7월18일 청와대로 찾아가 김기춘 비서실장을 면담했다. 송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북 방문이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며 협조를 구했다.

철없는 부탁이다. 박 대통령을 초청해 전북 도민에 생색내고 인기를 얻으려고 한 것이다. 새만금이 있는 전북의 도지사가 청와대로 쫓아가 보챘다. 중국은 더 ‘천천히’ 협상에 임할 수 있다. 중국의 요구 조건이 늘고, 우리나라 협상단이 끌려갈 수 있다. 국부 유출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송 지사는 자신의 인기가 먼저인가, 전북 도민의 이익과 국익이 먼저인가?

박 대통령이 전북을 방문하면 전북 최대 현안인 새만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때,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패를 중국에 보여주는 결과를 낳는다. 국익이 달렸다. 박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가 아닌 MOU 체결 뒤 전북을 방문해야 한다.

송하진 전북 도지사, 사퇴하라

송 지사의 ‘세계적 관광지’ 육성과 ‘공영개발’ 공약을 실행하면 결과가 뻔하다. 새만금은 ‘실패한 땅’으로 남을 것이다. 전북 도민 살림과 국가 경제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전북의 운명이 달렸다. 대한민국 미래가 걸렸다. 송하진 전북 도지사, 사퇴하라.

정치인들은 새만금 발목을 잡지 마라

광주일보는 최근 ‘호남, 상생이 미래다’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

신문은 아프게 지적했다. 전남은 J프로젝트(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전북은 새만금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전남은 뒤늦게 출발한 J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새만금 사업 협조에 부정적이었다. 2009년 전북이 새만금상품거래소 유치에 나서자 광주시가 사업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새만금과 J프로젝트가 중복된다며 새만금특별법 제정 등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이는 광주·전남과 전북이 나눠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제 광주·전남 정치인들은 새만금 발목을 잡지 마라. 전북 정치인들은 대충 넘어가지 마라. 전북 도민이 심판할 수 있다. ‘경제수도’ 새만금특별시를 위해, 세계로 웅비하는 새만금을 위해 힘을 모아라.

새만금청장은 국부 유출을 경계해야

이병국 초대 새만금개발청장은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 추진기획단장을 지냈다. 새만금방조제 준공과 종합개발계획 수립 등을 추진한 경험과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돼 임명됐다.

뒤집어 평가하면, 새만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에 책임이 어느 정도 있으므로 새만금개발청장 적임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장은 나중에 훈장을 탈 만큼 성공해야 한다.

새만금개발청장은 7월25일 ‘새만금 관광 명소화’ 구상을 내놓았다. 방조제는 바닷물을 잘 막으면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방조제에 관광시설을 설치하지 말고 그냥 놔둬라. 새만금 개발 계획을 ‘세계적 FTA 허브’로, ‘세계무역 중심지’로 방향을 틀어라. 관광용지를 필요한 최소 면적으로 줄이거나, ‘세계무역 중심지’ 용도가 생길 때까지 빈 땅으로 놔둬라. 이 청장은 과거 경험대로 ‘관성의 법칙’처럼 청사진을 그리지 말아야 한다. 생각을 바꿔라.

나는 중국 투자에 실패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여러 사연들을 들었다. 그 기업들은 대체로 성과에 급급해 실패했다. 계약을 서둘러서 결국 실패했다. 속내를 알 수 없을 만큼 ‘천천히’ 대응한 중국 측에 알맹이를 너무 많이 내주었던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8월5일 경협단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중 경협단지 조성 추진단’을 가동했다. “중국 측과 신속하고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상이 진행 중인 때 “속도감 있게,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실수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중국 포털에는 중국 당국의 경협단지 추진 상황을 알리는 뉴스가 없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한국 상황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만 추진 상황을 중계방송하듯 보도하면 중국에 패를 다 보여주는 것이다. 조기에 성과를 내려는 모습을 드러낼수록 중국 투자에 실패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게 된다.

특히 MOU 체결을 서두를 게 없다. 경협단지 추진이 불발로 끝나면 안되는가? 새만금 땅과 ‘최적의 FTA 환경’은 증발하지 않는다.

새만금. 중국엔 필요하고 우리나라엔 아직은 계륵(鷄肋)이다. 서로 아쉽다. 양국이 ‘윈윈’해야 좋다. 우리나라 경제에 재앙이 아닌 대박을 낳기 바란다. 국부 유출을 최소화하고 국부 창출을 최대화하기 바란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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