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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문제에 관한 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말, 말과 행동, 구상과 현실은 서로 불일치했고 상호 충돌했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남북 교류·협력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는 교류·협력을 차단했다. 대북지원을 하겠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바꾸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남북 간 상호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를 지배한 것은 공허한 구상들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아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완고한 자기 원칙이었다. 그 원칙은 다름 아니라 북한이 먼저 변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의 추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그제 북측에 고위급 접촉을 제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 문제에서 소극적, 수동적이었던 정부가 단절된 남북관계를 회복하라는 여론을 의식, 적극적 자세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첫째 의제로 제시했지만, 5·24 대북 제재 조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북한이 거론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라건대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면 추석 직후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는 것은 물론 5·24 조치 해제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유병세 외교부 장관(뒷줄 왼쪽)이 지난 9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 사전행사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리수용 북한 외무상(뒷줄 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정부가 진정 5·24 조치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논의한다는 소극적 자세를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기존의 경직된 입장을 고수해서는 안된다. 이는 문제를 푸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대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방향에서 5·24 조치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 그건 아무래도 한번의 접촉으로 마무리 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위급 접촉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대화를 지속하며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

8월은 남북관계의 전환을 위한 좋은 계절이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기존 태도를 바꿔 북한을 포용하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고위급 접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추석 직후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9월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로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선 박 대통령이 대북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며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긴 단절의 시간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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