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산꼭대기에 호텔을 짓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그제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시켜 발표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관광 활성화’ 등 반환경적 사업은 재검토해서 폐기하는 게 옳다. 흐르는 강을 보로 막아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강원 양양 오색약수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 이르는 케이블카가 내년 하반기에 착공된다. 양양군이 추진해온 이 사업은 절대보전지역인 국립공원을 유원지화한다는 점에서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2012년과 2013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두 차례 심의에서도 모두 부결됐다. 양양군에 케이블카 사업을 허용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막기가 어려워진다. 국립공원이 남아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설악산만 하더라도 양양군 외에 속초시·고성군·인제군 등 사방에서 각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출처 : 경향DB)


이른바 ‘산악호텔’을 허용하는 산지관광특구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자체가 신청하고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지정하면 자연공원법·산림보호법·산지관리법·초지법 등 관련 규제를 일괄 해제하는 내용의 이 제도를 내년 1·4분기에 도입하겠다고 한다. 경사도 25도 이하, 표고 50% 이하에만 허용되는 산지전용허가의 경사도·표고 규제를 산지관광특구라는 이름으로 대폭 완화해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호가 필요해서 제정한 각 법의 취지를 관광 활성화 명분으로 한꺼번에 무력화시키는 것은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산악관광호텔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밀어붙이지 않은 사업이다. 정부 발표를 보면 환경부·산림청 등 관련 부처와의 조율조차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문제점투성이다. 법제화도 필요하고 환경영향 검토, 사회적 합의 등 수많은 난관이 따르는 사업이기도 하다. 산악 리조트 시설 가운데는 운영이 어렵거나 폐업한 곳도 있는 만큼 경제적 측면도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무리가 있다. 국립공원과 각종 보호구역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외면한 이런 정책이 어떻게 작성돼서 보고되고 발표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째서 산에까지 ‘4대강 삽질’을 하려는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