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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다곤 파고다 보리수 아래서
나무 밑에서 태어나고
나무 밑에서 성장하고
나무 밑에서 깨우치고
나무 밑에서 성불하고
나무 밑에서 입열반한
앙상한 가지를 우거진 나무로
마침내 무성한 숲으로 만든
먼 옛날의 손을 든 그를 보네
꽃을 만드는 손이 되라고
그런 꽃을 피우는 사람이 되라고
다른 사람을 위해 피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 뒤섞이고
수많은 색과 색들이 어우러지는
그곳이 피안이라고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차안이면서 곧 피안이라고
- 곽효환(1967~)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양곤의 북쪽 언덕에 있는 거대한 불탑이다. 부처의 유품과 머리카락이 봉안되어 있다. 황금(쉐)으로 된 언덕(다곤)의 불탑 사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인은 이곳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의 생애를 생각한다. 나고, 자라고, 수행해서 깨닫고, 입멸한 부처를 생각한다. 그리고 부처의 가르침이 “꽃을 피우는 사람이 되라”는 데에 있다고 본다. ‘꽃’은 지혜, 사랑과 자비, 용서와 관용, 긍휼,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일컫는 것일 테다. 세상의 사람들이 이익과 즐거움을 나누고, 차별 없이 뒤섞이고 어울려서 평화롭게 함께 사는 세계, 그곳이 바로 잘 우거진 숲이며 극락세계일 것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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