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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본다.

눈으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니

발을 내밀어 디뎌본다.

그런데 너를 이렇게 들여다보는 것을

누가 보지 않을까?

 

길 아닌 곳으로 방향을 잡아

파고든다. 풀숲을 헤쳐나간다.

나무 뒤에도 숨고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멀리 내다본다.

 

마음을 밟고 있는 몸 끝으로

삶의 비밀보다 더 깊은 곳에서

끄집어낸 것들을 떨어뜨린다.

너는 중얼거림 속에서 자기 자신이 되어 깨어난다.

채호기(1957~)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쉽지가 않다. 마음의 영토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곳은 우거진 곳이며,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이며, 어지럽게 갈래가 져 있는 곳이다. 또한 깊고, 불분명하고, 변하며, 덮여 있다. 이 시는 이러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끄집어내 떨어뜨린 것이 ‘중얼거림’이라고 말한다. 숨겨져 있던 것이, 알려져 있지 않던 것이 부지불식간에 바깥으로 드러나는 경우 가운데 하나가 ‘중얼거림’이라고 말한다. 예부터 하루 세 번 자신을 관조(觀照)하라고 가르쳤다. 열고, 살피고, 먼지를 걷어내는 일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을 주인으로, 귀의처로 삼으라고 했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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