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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극복 의지가 남다른 것처럼 보였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 장·차관이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청 내 사랑채움어린이집을 ‘우르르’ 방문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아이들에게 동화책까지 읽어줬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는 범정부적으로 다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접한 소아암·희귀난치병 환아 가족들은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이들은 한달 전 김 부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백혈병, 뇌종양 등을 앓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아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주로 화상을 통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시설이 열악하다. 국공립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이 걱정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부모들의 바람이다. 환아 부모들은 김 부총리를 만나 이런저런 어려움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
소아암·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초·중·고 학생 부모 모임인 ‘전국건강장애부모회’는 부총리 측에 공문도 보냈다. 사석에서 이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김 부총리는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만남이 쉽게 성사될 줄 알았다.
하지만 기재부에서 돌아온 답변은 “일정이 도저히 안된다”였다. 그리고 더 이상 연락도 없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개인 페이스북에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자신이 소장했던 책을 선착순 접수를 받아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SNS에 글 쓸 시간은 있으면서 소외받는 환아 부모를 만날 시간은 없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태어난 아이조차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정부를 믿고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을까.
기재부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했지만 아직 멀었다.
<박병률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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