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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사업에 진출하려던 카카오의 계획은, 택시업계의 격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를 바라보는 나는 조금은 복잡한 심정인데 카풀서비스를 신청해 두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같이 가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혼자서 운전하는 일이 대부분인 나는 차량유지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이 서비스에 꼭 가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멋진 일’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갔다. 택시기사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데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졌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차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필연적으로 택시의 수요는 줄어든다. 지금은 택시기사와 카풀기사가(서비스 업체가) 노동의 주체를 두고 갈등을 빚지만, 나중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운전이라는 노동이 언젠가는 기계가 대리하는 노동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2018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마친 뒤 마포대교를 건너 행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테슬라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에 다음과 같은 선언을 했다. “당신의 차는 당신을 회사에 내려다주고 종일 다른 사람들을 싣고 다니며 돈을 벌다가 당신을 다시 태우러 올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100%다.” 운전이라는 노동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에 따라 온전히 기계의 몫이 될 것이고, 택시기사도, 카풀기사도, 대리기사도, 버스기사도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고 만다. 차량은 개인에게는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만 주로 남게 될 것이다. 굳이 유지비가 드는 차량을 소유하기보다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전쟁>이라는 책은 ‘보통 사람’들의 일자리가 기계화·자동화에 의해 어떻게 위협받을 것인가에 대해 다루었다. 미국에서 출간돼 한국에도 번역되었다. 나는 저자가 쓴 ‘인간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사례’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1) 인간은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것을 바란다. 2) 인간은 병에 걸린다. 3) 인간은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있다. 4) 인간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가족이 있다. 5) 인간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사용자를 고소할 때도 있다. 6) 인간은 잠을 잔다. 7) 인간은 SNS 계정이 있다. 얄미운 내용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비효율이기도 하다. 기계는 불평 없이 일하고, 고장이 나면 빠르게 고치거나 폐기할 수 있고, 자신의 기분에 영향받지 않고, 신경 써야 할 가족이 없고, 누군가를 고소하지도 않고, 밤새 노동을 시킬 수 있고, 논란을 일으킬 플랫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결국 인간의 노동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안타깝게 서술한다. 

우리는 사람의 노동이 간소해지는 시대에서, 소멸하는 시대로 막 진입하고 있다. 운전뿐 아니라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가까운 미래에 기계의 일로써 대체될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의 기계라는 것은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는 데 그쳤지만, 이제 사람의 수고를 전부 가져가려 할 것이다. 사실 이것은 그간 이 사회를 지탱해 온 어느 한 명제를 완전히 뒤엎는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 지금까지는 업종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열심히 일하면 생계를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시대가 찾아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일을 완벽히, 정확하게는 몇 배나 더 ‘잘’ 기계가 대리하게 되고, 사람은 건강한 몸과 의지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렵게 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등 모든 전문분야에 걸쳐 해당된다. 자신의 노동을 노력, 근면, 성실이라는 가치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는 조금씩 타인의 노동이 사라지는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은 택시기사가 파업을 했지만 내일은 트럭기사, 모레는 카풀기사, 결국은 내 차례도 올 것이다. 이제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계화·자동화가 가져올 풍요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잃지 않아야 할 것은, ‘보통 사람’, 서로를 닮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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