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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과 관련해서만 보면 여권이 불리하다. 우선 선두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문제다. 안정적 지지세를 보여주긴 하지만 확장성이 없다. 새누리당 지지층이나 보수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선 유력주자이나 중도층이나 무당층에서 지지기반을 넓힐 가능성까진 아직 못 보여 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로서 보여준 승리전망(electability)에는 역부족이다. 박빙의 접전이 불가피한 게 대선이기에 심각한 약점이다.

새누리당이 대선과 관련해 직면한 더 큰 문제는 김무성 대표 외에 다른 주자들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전 지사의 지지율은 너무 미미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잠재적 폭발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나 아직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낮다.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등 탄탄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는 야권에 비하면 상당한 열세다. 필승의 후보도 없고 후보군마저 약해 신경이 쓰이는데, 여기에 친박 후보가 하나도 없으니 박 대통령으로선 불안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전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대선 과정과 그 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본인 캐릭터가 그렇고,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가진 유일한 보수 정치인이기 때문이란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누군가를 대선주자로 육성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럼 누굴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있고, 최경환 부총리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반 총장은 박 대통령과 무관하게 이미 지지율 1위의 위상을 갖고 있어 박 대통령의 조력이 절실하지 않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최 부총리는 아직 깜냥이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활짝 웃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_경향DB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황교안 국무총리의 이름이 떠오른다. 요즘 황 총리는 뉴스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장관 때와 달리 아예 언론 노출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박 대통령이 황교안 카드를 선택했을 때 정치권에서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그에 비춰보면 의아할 정도로 적은 노출에다 미미한 역할이다. 북한의 지뢰도발이나 노동개혁, 심지어 제2의 사정 드라이브에서도 그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다. 부패척결을 주도하다가 역풍 맞는 이완구 전 총리를 타산지석으로 삼더라도 너무 약한 존재감이다.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정홍원 전 총리에 버금갈 정도다. 총리의 숙명 때문에 이럴 수도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워낙 권력을 나누지 않는 스타일이기에 황 총리가 의도적으로 몸을 확 낮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무 예상과 달라 다른 ‘소설적 상상’을 자극한다. 황 총리가 현안으로부터 비켜서서 조용히 대선주자로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시간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를 ‘깜짝 놀랄 후보’로 육성한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주자군(群)이 너무 얕고, 친박 주자가 없다 보니 황 총리의 성장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는 있다. 기대대로 커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손해날 일이 없다. 대선주자군이 풍부해지면 현직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좋다. 정권재창출의 확률이 올라가는 데다 여러 주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는 박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은 약 30% 정도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황 총리를 육성하는 그림이 구체화되면 이들이 황 총리를 대선주자로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케이스가 있긴 하나 무의미한 예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도움으로, 혹은 총리로서 성공해 대통령이 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가 아니다. 대선게임에 미칠 영향이다.

19대 대선의 객관적 조건도 새누리당에 불리하다. 보수정부 10년의 피로감에다 내세울 만한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8·25 남북 합의로 인해 대박이 나긴 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흔히 선거의 펀더멘털이라고 하는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 박 대통령이 자신이 ‘만들어낸’ 대선주자와 함께 대선게임에 뛰어드는 구도는 여권에 치명적 해악이 될 것이다. 다음 대선의 키워드는 보수정부 10년의 공과를 넘어 박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되고, 계파 간 난투극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가 박 대통령을 제지할 수 있을까.

대저 새누리당의 최대 난제는 ‘박근혜 중독’이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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