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0.73% 차이라는 박빙의 결과로 끝났지만, 공표금지 기간 동안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5%포인트 안팎으로 윤석열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다. 이 결과를 놓고 여론조사가 잘못되었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마지막 2~3일 동안 젊은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대거 지지층이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선거일 직전에 윤석열 후보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다시 한번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결정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지 않아도 젠더 갈라치기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차마 이재명 지지로 옮겨가지 못했던 여성들은 이 일을 계기로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대거 이재명 후보 쪽으로 옮겨갔고, 결과적으로 이대녀의 58% 이재명 지지율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대남의 윤석열 58.7% 지지를 무력화시켰다. 이 일이 아니었더라면 최종 결과는 여론조사 예측대로 5%포인트 정도의 차이였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언제부터 패배가 예상되었는가라는 시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당내 특정 계파가 돕지 않아서라든가 혹은 어떤 이의 주장처럼 여론조사 가스라이팅을 당해서라는 설명은 ‘패배가 예상된 시점’을 도입하는 순간 즉시 무력화된다. 누군가가 돕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진 것이라면 처음에는 이길 것 같았는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역전당해서 져야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 소개한 에피소드에서 보듯이 이재명 후보는 처음부터 질 것 같았다. 역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역전을 해보려고 열심히 쫓아간 결과가 0.73%포인트 패배였다. 내로남불이나 부동산 실정 같은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 유산은 불리한 지형을 설명하기에 유용하지만 설명을 완결해주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처음부터 떠안고 출발한 ‘상수’였지, 결과를 결정지은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남는 변수는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 본인이다. 대선 기간 동안 한 원로 정객은 양강 후보에 대해 “한 사람은 모르는 것이 많고 다른 한 사람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다”고 했는데, 나도 이 평가에 동의한다. 이재명 후보의 정책 중 일부는 진보적이거나 실험적인 것을 넘어 극좌적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가 없었다. 이념적 위치 선정이야 자유지만, 여기에서 출발해 중도를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중도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열성 지지층을 만족시키는 선택이 이어졌다. 대선은 못 이기지만 열성 지지층은 확보한다. 지난 30년간 86세대 정치를 규정해온 개혁과 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중도보수에서 극좌에 이르는 상호모순된 주장들이 마구 섞여 있는데도 민주당은 같은 마케팅을 되풀이한다.
대선 패배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당시의 대선 후보와 당대표가 동시에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패배가 예상되는데도 자꾸만 같은 전략을 고집하면 승리할 생각이 있는지를 의심받게 된다. 선거에는 정당의 승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은 져도 계파는 이기는 선거도 있고, 계파는 져도 개인은 이기는 선거도 있다. 분석도 반성도 없이 같은 전략을 되풀이하는 이번 선거는 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