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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본격적인 장마다. 농사에서 제일 극복하기 힘든 게 장마다. 온갖 병이 이때 찾아든다. 고추의 탄저병, 역병, 오이의 노균병 등 세균과 곰팡이 병에서부터 벌레 피해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장마에 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빠짐을 좋게 하는 일이다. 물이 고일 곳은 없는지 물 흐름을 막고 있는 턱이나 병목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옥상 텃밭 같은 경우 약간의 쓰레기만으로도 배수구멍이 막힐 수 있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폭우가 지나가고 다음 비가 오는 중간에도 농부의 손길은 소중하다. 폭우는 흙이나 거름을 쓸어간다. 상자텃밭의 경우 흙은 쓸고 가지 않더라도 거름이 흙 밑으로 빠져나간다. 장마 기간 중간에 웃거름을 주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작물의 잎이 비를 많이 맞으면 마치 습진에 걸린 것처럼 잎의 녹색 기운이 말라버려 매가리가 없고 누래 보인다. 액비형 웃거름을 물에 희석해 잎에 직접 뿌려주면 누래진 잎이 다시 파래진다. 웃거름으로는 오줌이 최고다.

장마철 제일 힘든 것은 역시 풀 매는 일이다. 호미로 풀을 매면 풀이 뒤에서 쫓아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풀은 무섭게 자란다. 그래서 장마가 오기 전, 절기로 소만 이후인 5월 하순경부터는 풀을 매주어야 한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 아니라 풀매는 맛으로 한다 생각하면서.

장마를 이겨내는 작물은 벼와 곡식들뿐이다. 고추와 같은 과채류는 장마를 견디기에 너무 힘겹다. 과일들도 힘들어 농약을 많이 친다. 그래서 장마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곡식 농사를 열심히 짓는 것이다.

도시농부들이라고 맨날 상추, 고추만 심으라는 법이 없다. 과감하게 논농사, 콩농사에도 도전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요령만 익히면 밭농사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논 100평은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다. 도시농부들끼리 논농사 계를 만들어 공동체 농사를 해 보면 농경민족의 후예로서 농사의 참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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