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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래잡이 재개 방침을 밝혀 국내적 반발은 물론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비록 과학 연구 목적이고, 우리 수역에 국한할 것이며, 어업 피해가 크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상업포경을 겨냥한 것임을 만천하가 알기 때문이다. 엊그제 파나마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발표한 정부 대표의 연설문에도 “울산 등 한국 일부 지역에 고래고기를 먹는 전통이 선사시대부터 있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문구에 이렇게 일부 지역의 제한적인 식문화를 언급한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먼저 묻고 싶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의 포경 활동 재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인간에 의해 가장 크게 희생된 고래는 전 세계가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지구환경의 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세계 환경단체가 가장 발벗고 나서는 일이 반핵과 더불어 고래 보호인 것은 그런 까닭이다. 과학 연구를 빙자해 사실상 상업포경을 자행하며 고래 식문화를 고집하는 일본이 그래서 국제적 조롱과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식문화’ 운운하며 일본을 따라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고 내부 토론이나 공론화조차 없이 이렇게 국민과 세계를 놀라게 해서야 되겠는가. 여론을 무시한 채 4대강 사업으로 육지 생태계를 파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바다 생태계의 상징인 고래 사냥에까지 나서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고래를 단지 수산자원의 하나로 취급해온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고래정책을 담당하면서 IWC 회의에 참가해온 것만 봐도 그렇다. 농식품부는 어업의 종류에 ‘근해 포경어업’을 포함시키려 하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포경 재개를 시도해왔다. 환경단체가 “고래는 생선이 아니라 야생동물”이라며 고래 관련 정책의 환경부 이관을 요구하는 의미를 진지하게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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