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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옛말에 하농(下農)은 게을러 풀만 키우고, 중농(中農)은 부지런하여 수확을 잘 거두고, 참농부인 상농(上農)은 흙을 살린다고 했다. 친환경 유기농사의 근본은 흙을 살리는 데 있다. 흙 1g에는 미생물이 1억마리 이상 산다고 한다. 살아있는 흙일수록 좋은 미생물이 많이 산다. 그들이 생명활동을 하며 뿜어내는 냄새가 바로 천연 항생물질이다. 이 냄새 때문에 나쁜 바이러스와 해충이 잘 오지 않는다. 사서 쓰는 거름에선 암모니아 냄새가 많이 난다. 이런 걸 미숙 퇴비라 하는데 벌레나 바이러스도 좋아해 친환경 유기농사를 방해한다.
몇 년 전 중국 배추에서 해충알이 나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인분을 거름으로 써서 그렇다고 했다. 똑같이 인분으로 농사짓는 필자 얘기를 듣고 국내 유명한 한 유기농 연구소에서 내 흙과 배추를 가져가 분석을 해봤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전혀 문제점이 없었다. 인분을 제대로 숙성시켜 썼기 때문이다. 나는 인분이든 음식물이든 완전히 흙냄새가 날 정도로 숙성시켜 쓴다. 완숙된 퇴비에는 좋은 미생물이 많이 증식되어 해충알은 물론 바이러스도 오지 못한다. 흙 관리를 잘하면 농약은커녕 천연 생물농약도 필요없다. 도시농부들을 특히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병해충이다. 그런데 농약이 필요없는 흙살리기를 잘 모르는데다 알아도 즉각 효과가 나오질 않으니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벌레가 꼴 보기 싫다고 살충제를 뿌리면 벌레들이 점점 더 꼬인다. 벌레를 잡아먹는 천적도 죽기 때문이다.
(출처: 경향DB)
완숙 퇴비를 만드는 데는 발효도 중요하지만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제일 좋은 재료는 역시 내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이다. 먹다 남은 음식물쓰레기도 좋다. 옛말에 내 똥 3년 이상 먹지 않으면 큰 탈 난다고 했다. 순환을 말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똥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가축과 달리 항생제나 예방약을 일상적으로 먹지 않기 때문에 인분이야말로 축산분뇨로 만든 퇴비보다 훨씬 양질의 거름 재료다. 이걸로 거름을 만들면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내 몸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다. 도시농부의 첫걸음은 바로 내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로 거름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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