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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강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강과 팔당호에 이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전역으로 녹조가 번져 수도권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리고 오늘 열기로 한 ‘서울어린이 한강 헤엄쳐 건너기’ 행사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낙동강에서도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경북 구미 인근까지 북상해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지오스민으로 인해 일부 수도권 지역의 먹는 물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소동이 일어났으며, 낙동강에서는 환경단체가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 발생 지역에서 간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강 녹조 증식 (출처: 경향DB)


강이 온통 녹조로 뒤덮이고 일부 구간에서는 ‘녹조라떼’니 ‘녹조곤죽’이니 하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환경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기만 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게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환경부는 한강 수계의 흙 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스민은 “인체 건강에 영향은 없고, 3분 정도 끓이면 휘발된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도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있어 괜찮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언론과 환경단체가 녹조의 심각성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환경부는 그때마다 ‘독소물질 불검출’이라고 해명하는 데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던 터다.


이런 안이한 녹조 대책마저 더 이상 탓하기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환경당국과 청와대가 최근 보여준 코미디 같은 4대강 사업 홍보다. 환경부는 이미 녹조 문제가 주요 뉴스로 떠오른 뒤인 지난달 23일 ‘2012년 상반기, 극심한 가뭄에도 4대강 수질은 대폭 개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논란과 망신을 자초한 바 있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녹조 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던 지난 6일자로 ‘4대강 새물결 우리 강이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의 정책소식지 특별호를 냈다. ‘2011년 사상 최장의 장마 이겨낸 4대강’ ‘104년 만의 최악 가뭄 이겨낸 4대강’ 등 낯 뜨거운 찬가 일색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녹조는 강에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녹조가 ‘불가피한 현상’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서 강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고 먹는 물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환경당국은 ‘4대강 사업 정당화’에 집착해 문제를 호도하고 있지나 않은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날씨 탓만 하고 수돗물을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할 게 아니라 녹조 대책과 함께 4대강 수질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4대강 사업에 따른 유속 저하와 난개발 등으로 예년보다 녹조가 많이 발생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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