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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개의
돌복숭아가 익듯이
아무렇지 않게 열(熱)한 땅 기운
그 끝없이 더운
크고 따스한 가슴…
늘 사람이 지닌
엷게 열(熱)한 꿈으로 하여
새로운 비극(悲劇)을 빚지 말자.
자연(自然)처럼 믿을 수 있는
다만 한오리 인류(人類)의 체온(體溫)과
그 깊이 따스한 핏줄에
의지하라.
의지하여 너그러이 살아 보아라.
박목월(1915~1978)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땅의 기운이 없으면 무엇도 위쪽으로 자라날 수 없다. 뜨거운 땅의 기운이 있어서 한 알의 돌복숭아도 계절에 맞춰 익는다. 시인은 하나의 성숙과 무르익음을 가능하게 하는 그 근거를 “크고 따스한 가슴”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인류에게도 땅처럼 견고하고 큰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인류의 체온과/ 그 깊이 따스한 핏줄”이 있음을 잊지 않아서 늘 너그럽게 살자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에는 관대한 성품의 넓은 영지(領地)가 있다. 그러므로 음성도 눈빛도 표정도 부드럽고 순하고 서글서글하게 할 일이다. 작고 사소하고 낮은 그 모든 것들에게도 유심하게 넉넉하게 할 일이다. 박목월 시인이 시 ‘내리막길의 기도’에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람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뜨게 하옵소서”라고 기원했듯이.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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