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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 사고 나지, 어쩌자고 휴대폰에 빠져서 차도 길도 안 보나… 친구는 한참 구시렁 말문을 못 닫았다. 찬찬한 그가 비명과 욕설에 가까운 고함을 질러 되레 내가 놀랐다. 그것도 제 딸 나이쯤 보이는 젊은 여성에게. 신호가 진작 바뀐 횡단보도에 돌연 사람이 들어서면, 지나는 운전자 그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까? 하마터면 칠 뻔했다.

다른 장면, 스마트폰에 열중하며 새벽 큰길을 무단횡단하던 대리운전 기사가 차에 치여 사망한 기사에 가슴 아팠다. 일 때문이었겠지. ‘자상한 아빠였다’는 딸의 얘기도 실렸다.

쪼끄만 모니터 보며 길 걸으면서 손가락 꼼지락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풍경’이다. 운전 중에도,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도, 친구들과 마주 앉아서도 ‘폰질’들이다. 이어폰 귀마개도 덮었으니 ‘세상일은 내 알 바 아니로다’인가. 물어보았다. “아깝잖아요! 덜 쓴다고 돈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의아했다. ‘재미있어서’ ‘급해서’ 같은 대답을 짐작했었다. 그건 당연해서 따로 말할 것 없다는 어투, 통신사의 요금 매기는 방법에 그 열성적인 ‘몰입’의 이유나 핑계를 대고 싶어 하는 속셈이 느껴졌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기 할부금까지 한 달에 대충 7만~8만원이나 하는데 그 비싼 데이터를 왜 남길까보냐, 할당량은 다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풍경이었나?

스마트폰 때문에 생기는 사고는 무지 많을 것이다. 사람 상하고 죽는 것도 문제지만 또 걱정이 있다. 그 열성적인 몰입(沒入)이 우리의 인간성을 매몰(埋沒)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경제용어 ‘매몰비용’은 이제 일상어가 됐다. (부동산) 재개발과 관련한 논의와 시비가 잦은 것이 계기다. 대박 챙기려다 경기(景氣) 식어 쪽박 찼다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린다. 이제까지 들어간 돈이 얼만데 하는 아쉬운 생각 때문에 도로 접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이제까지 들어간 돈’이 매몰비용이다. 묻어버린 돈, 아깝다. 그러나 안될 일이면 접어야 옳다.

이런 매몰비용의 개념이 우리 주위 풍경의 과도한 스마트폰 삼매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저어한다. 씁쓸하고 쓸쓸하다. 너무 통속적이다. 자신에게 허용된 그 귀중한 시간 대부분을 모니터 위 가상(假想)의 빛과 그림자에 던져 버리는 이유가 단지 본전 생각이라니.

이제는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모습 대신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출처 : 경향DB)


기회비용의 뜻도 함께 알아야 했다. 게임, SNS 등 ‘폰질’할 시간을 스스로에, 이웃에, 책에, 자연에 돌려 얻을 수 있는 수확의 기쁜 보람이 기회비용이다. 멍 때리는 겨를, 공상의 영감, 마음의 평화 같은 값진 보물을 기껏 본전 생각에 잃어버리는 허망함이 안타깝다.

검색의 결과와 같은 즉각적인 지식이나 재미 말고도 오래 사색하고 고뇌하며 어렵게 얻는 튼실한 지혜와 통찰, 따듯한 마음이 더 필요함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가.

IT 등 이제껏 못 겪어본 특별한 문명의 물결에 세상이 요동친다. 개인들 입장에서도 필요하고 스릴 많겠으나, 부작용과 중독성 또한 엄연하리라. 그 문명의 그릇을 잘 쓰자면 끌고 가야지, 그것에 끌려가선 안된다. 우리의 혼백이 거기 매몰되면 되겠는가? 새로운 경이로움에 걸맞은 젊은 명상이 우리 엘리트들에게 절실한 시점 아닌지. 오프라인으로도 때로 얻을 게 많다.


강상헌 | 언론인·우리글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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