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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감찰실장이 11사단 임모 여단장의 성폭력 사건 조사를 위한 합동조사단 간담회에서 피해 여군 동료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본부 원모 감찰실장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11사단 소속 여군들에게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나”라고 비난했다고 군인권센터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했다. 원 실장은 이 사건 조사를 위한 5부 합동조사단 팀장을 맡고 있다. 그와 동행한 11사단 부사단장도 “똑바로 하라”며 여군들을 죄인처럼 취급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군 간부들의 수준이 정말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성폭력 사건 조사 간담회라면 사건 관련 정보 수집과 동료 여군들에게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일 터이다. 가해자의 추가 범행 및 다른 성범죄 발생 여부를 탐문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충격을 받았을 게 뻔한 동료 여군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책임을 전가하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통상적 의미의 사건 조사가 아니라 남성 위주 성 관념으로 여군들을 겁박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러니 군이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자체 정화 능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당사자들의 사과와 군 당국의 응당한 조치가 필요하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피해 여하사와 가해자인 임모 여단장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지난 달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출처 : 경향DB)


원 실장의 돌출적 언행은 군내 성범죄 사건과, 고위 간부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속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 실언이 아니라 자신의 비뚤어진 성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원 실장을 비롯한 문제의 발언 당사자들이 누구보다도 군 내부를 잘 아는 현역 장성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군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대부분 이들과 같은 고위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모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내모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이들이 조성한 군 문화가 군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조장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여군 1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군은 이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군내 성범죄는 군 기강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 현안인 것이다. 그러잖아도 군은 인권의식의 신장과 양성평등이라는 시대 조류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조사반을 가동하지만 지휘관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군내 성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병영 문화를 양성 평등이란 시대 조류에 맞춰 재편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군 고위간부들의 엇나간 성의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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