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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대적으로 ‘전 국민 나라 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모든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운동추진단을 구성, 운영토록 했다. 방송과 민간기업, 학생을 동원하고 어린이집과 경로당을 방문해 홍보활동을 편다고 한다. 행정자치부는 민간건물과 아파트 동마다 별도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 게양률을 높임으로써 애국심을 고양하겠다는 게 운동의 목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태극기 달기 운동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인 데다,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자발성이 전제되지 않는 국민 운동은 국가 권력의 강요일 뿐이다. 이렇게 한다고 애국심이 높아질지 의문이 든다.

현행 국기법은 정부가 교육과 홍보 등 국기 선양사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운동은 내용과 방식 모두 실망스럽다. 행자부의 ‘3·1절 국기달기 운동 및 의정업무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은 인사·복무 차원에서 태극기 게양운동을 추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실적이 나쁘면 근무 평점이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다. 정책이 배제와 차별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순간 국민적 공감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폐지된 지 오래인 국기 게양·하강식 부활과 국기 게양 소감문 및 인증샷 제출은 정권 안보 차원의 비교육적 과제물이 쏟아지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연상케 한다.

서경덕 교수가 독도 앞바다에 띄운 초대형 태극기 _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연말 영화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퍼지니까 국기에 경례를 하더라고 언급해 이 운동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러나 애국심은 정부의 일방적 계몽이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 각자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한다.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느끼면 저절로 솟아날 것이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고, 복지나 양극화, 일자리 문제도 악화일로다. 대통령의 인사실패와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 세월호 참사 미온 대처,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지지율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삶이 팍팍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박수를 보낼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는 한탄이 나올 만큼 무리한 태극기 달기 운동은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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