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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키우면서, 아동복지의 변화를 체감하곤 한다. 예전엔 예방접종비용은 당연히 부모인 내가 치렀지만 이제는 무상이다. 요 몇 년 사이 출산을 한 지인은 출산축하금도 받았다 하고 내년부터는 아동수당도 받게 된다. 나는 그 혜택에서 벗어나 조금 억울하긴 하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을 앞둔 둘째아이는 교복 무상지원 대상자이고, 내년 2학기부터는 고교무상급식이 실시된다 하니 큰아이는 고교 1년 반 정도는 무상급식을 먹게 될 것이다. 둘째아이는 초·중·고 모두 무상급식을 경험하는 세대가 된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 사업 중 하나인 ‘드림스타트’는 10년이 넘은 사업이다. ‘0~12세 취약계층 아동에게 신체, 건강, 인지, 언어, 정서, 행동, 부모교육 등 통합적 서비스’라 정의한다. 드림스타트는 2007년에 16개 지자체의 아동 4000여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대부분의 시·군·구가 참여하고 있다. 아동 22만7000여명이 이 사업의 대상자이자 참여자이다. 하긴 국비 97%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니 지자체에서는 마다할 필요가 없다. 사례를 보면 열의를 갖고 지역의 자원과 아동을 연결하는 시도가 많다. 동네 태권도 학원에서는 무료로 수련기회를 주기도 하고, 어느 피부과 의원은 무료로 치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해 아동들의 언니, 오빠의 역할도 대신하면서 서로 성장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다만 드림스타트는 지역 편차가 크다. 각 지자체 드림스타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사이트 운영이 거의 멈춘 곳도 있고, 프로그램 자체가 ‘불우이웃돕기’ 성격과 다르지 않은 곳도 많다. 

드림스타트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아동의 신체건강 서비스 증진이다. 보건소나 병·의원과 연계한 건강검진, 치과진료, 심리상담이 이루어진다. 영양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소득의 격차는 곧바로 음식의 격차다. 이는 건강의 격차로 직결된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식재료도, 시간도 부족해 요리가 쉽지 않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경기 의왕시 드림스타트의 노력은 돋보인다. 안양군포의왕 공동급식지원센터와 연계해 ‘찾아가는 밥상머리 영양교육’을 6주 정도에 걸쳐서 연다. 매주 금요일, 식재료와 건강레시피를 드림스타트에 참여하는 가정에 배달하고, 정해진 메뉴대로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고 경험을 나누는 일이다. 반응도 매우 뜨겁다. 식재료는 두레생협에서 친환경 식재료로 공급한다. 생협은 본래 조합원들만 물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사업만큼은 함께하고 있다. 6주가 6개월이 되고 6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프로그램일 텐데 너무 짧아 아쉬울 뿐이다. 

나도 의왕시 드림스타트 영양교육에서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올해도 맡았다. 음식의 시작인 농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인류의 생존과 존엄을 지켜준 요리의 역사를 말한다. 밥 해먹기 쉽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도 토로하지만, 아이와 요리를 함께하는 짜릿한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배우는 시간이다. 드림스타트는 관이 주도하는 사업이고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이 큰 나조차도 주변에 많이 알린다. 민관 협치의 좋은 모델인 데다 어린이들을 귀하게 대하는 일이니 말이다. 약 3%의 지자체 예산이 들지만 그 성과가 매우 큰 사업이다. 멋진 일이니 서로 불꽃경쟁을 하면서 발전하기를. 그러다보면 학교급식처럼 선별이 아닌 보편적 제도로 나아갈 날이 올 것이다. 꿈은 이미 시작되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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