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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승객 198명을 태우고 강원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강릉선 KTX 열차가 탈선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 10량이 모두 선로를 이탈했고, 기관차 등 2량은 완전히 꺾일 정도로 충격이 컸다. 천만다행으로 열차가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시속 103㎞의 저속구간을 달리다 사고가 나 인명피해는 승객 15명과 선로작업자 1명 등 총 16명이 다치는 데 그쳤다. 만약 열차가 최고속도인 시속 250㎞로 달리고 있었거나, 100여m만 더 가 커브 구간에서 사고가 났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이번 사고의 인명피해는 크지 않지만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여겨지는 철도에서마저 큰 사고가 난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감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 KTX 강릉선 열차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선로에 있는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열차는 지난 8일 오전 7시35분쯤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중 강릉역에서 5㎞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탈선했다. 이 사고로 직원·승객 등 16명이 다쳤다. 복구작업은 10일 새벽에 완료될 예정이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무엇보다 문제는 안전관리에 대한 코레일 경영진과 직원들의 안이한 태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으로 들어오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작업 중이던 굴착기와 부딪쳐 작업자 3명이 다치는 등 최근 3주일 동안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 무려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달 30일 사고 책임을 물어 간부 4명을 보직해임하고 비상안전경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직접 대전 코레일 본사를 찾아 기강해이를 질책하고 안전대책 개선방안을 준비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대형사고가 났다는 것은 지금의 코레일이 철도 안전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이번 사고는 KTX 강릉선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2월22일 운행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돼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현재까지 조사 결과 선로전환기 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 오류가 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로전환기 등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애초에 부실시공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온이 급강하해 신호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추정도 나오는데, 이 정도 추위를 예상하지 못하고 설계와 시공을 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철도당국은 조속히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해 관련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단단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도 책임 추궁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코레일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며 유지·보수 부문을 외주화하고 투자를 축소한 것이 사고를 유발했는지 등 시스템적인 측면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총체적 구멍이 난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를 바로잡지 못하면 진짜 끔찍한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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