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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서너 살쯤일 때, 옥수수를 쪄주며 “이 옥수수 어디에서 왔게?”라 물었더니 “생협에서 왔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생협키즈의 생애’를 살았다. 2000년대 초반 아토피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화두였고, 친환경 먹거리만이 구원이었다. 나도 일찌감치 아이쿱생협에 가입해 올해 15년차인 조합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물품을 공급받고 있다. 굳이 ‘물품 공급’이란 말을 쓰는 이유는 생협은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곳이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다. 협동조합은 사회, 경제,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공통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 운영되는 사업체다. 그중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조합원의 공통의 이해관계를 위해 모인 조합이다. 현재는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공통의 욕구가 강한 편이니 대체로 ‘생협’ 하면 친환경 먹거리를 취급하는 쇼핑몰인 줄 아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생협슈퍼’란 것도 생겼을까. 

여러 생협 중에서도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한 조합이 아이쿱생협이다. ‘윤리적 소비’를 기치로 내걸고 조합원에게 ‘윤소맘’이란 애칭까지 붙여주며 활발하게 조합원 확대사업을 펼친 결과 현재 조합원이 25만명에 이른다. 식품기업에서 생산하는 라면이나 과자, 즉석식품 같은 대체재가 타생협보다 잘 갖춰져 있어 특히 아이들 있는 가정은 매우 편하다. 커피, 초콜릿은 공정무역 상품을 취급해 공정무역 전도사의 역할도 겸한다. 모든 협동조합이 그렇듯 생협도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된다. 아이쿱은 별도로 매달 1만원가량 조합비를 내기 때문에 소비집중도가 높다. 매달 내는 조합비가 아까워서라도 생협만 이용한다. 장을 볼 때마다 일반가격과 조합원가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기 때문에 ‘만원의 행복’은 덤이다. 그런데 내가 주인인 아이쿱이 근래 노사갈등 중이다. 아이쿱은 그 규모만큼 생산, 서비스 관련 노동자가 4000명에 이르지만 고용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이번 노사갈등도 주식회사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문제이지 아이쿱생협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15년차 아이쿱조합원인 나는 자연드림이 아이쿱이고, 아이쿱이 자연드림인 줄 알았다. 게다가 조합원들만 자연드림파크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을 할 수 있는 ‘특혜’가 있길래 당연히 구례자연드림파크가 아이쿱 관련 업체인 줄 알았다, 내가 그간 조합에 너무 무심했다. 반성 중이다.

이번에 노조를 만들고 분규를 일으킨 노동자들은 평소 행실이 매우 나빴다고 한다. 매장에서 커피값 1800원도 떼어먹고 생협 라면도 몰래 끓여먹은 비위세력인 데다 무능하기까지 했단다. 카페 매니저인 노조 사무장은 카페운영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비어락하우스’ 홀서빙과 청소담당으로 보내졌다. 비어락하우스 주방장은 초심으로 돌아가란 뜻이었는지 설거지 담당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새 근무지에서도 여전히 무능했다. 분업의 폐해일지도 모른다. 전인적인 노동경험이라도 시킬 요량인지 전남 구례주민인 노동자들을 충북 괴산자연드림파크 냉동창고 관리업무로 발령냈다. 노동조합은 윤리적이고 유능한 노동자들만 결성해야 한다. 20년간 노조 따위 없어도 조용히 잘 운영되고 성품 좋은 오너들이 있는 협동조합형 사업체에 왜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이제야 난리를 치는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사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까 한다. 조합원의 이름으로!

<정은정 농촌사회연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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