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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대한불교 조계종의 설정 총무원장이 16일 중앙종회 회의에서 불신임됐다. 이로써 설정 총무원장은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총무원장이 종회에서 불신임을 받기는 종단 사상 처음이다.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 논란은 지난 5월 <PD수첩>에서 설정 원장의 친자 문제, 학력 위조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총무원은 학력 위조 문제는 인정했지만 친자 의혹에 대해서는 사찰에 아이들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부인했다. 해명이 지지부진하자 불교 개혁세력과 시민단체는 설정 원장 퇴진과 총무원을 비롯한 종단의 개혁을 요구했다. 설조 스님의 단식은 조계종 내부에서 맴돌던 설정 원장 퇴진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30일 설조 스님이 41일간의 단식 끝에 입원하면서 총무원장 퇴진 공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설정 총무원장이 종회에서 불신임을 받은 것은 ‘친자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종단 안팎에서는 지난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의기투합한 설정 원장과 자승 전 원장 간 갈등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두 사람이 충돌하면서 설정 원장은 총무원 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냈고 자신의 의혹에도 대처하지 못했다. 설정 원장이 총무부장, 기획실장 등 부장급 인사를 하면서 중도 사퇴, 재임명 등의 잡음이 일었다. 또 퇴진 압박에 ‘8월16일 이전 퇴진’을 공언했다가 “연말 이전에 물러나겠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불교계 재야세력뿐 아니라 종정,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조계종 내부에서조차 퇴진 요구를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현직 총무원장이 낙마하면서 조계종은 60일 이내에 새 총무원장 선거에 들어가게 된다. 조계종은 “종헌종법에 따라 질서있게 총무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승 전 총무원장의 계파가 종회와 총무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계종의 긍정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불교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은 이때, 종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득권 세력을 배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앙종회 해산, 비상대책기구 구성 등 재야 불교계의 요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총무원장 직선제 전환도 고려해봄 직하다. 일부 정치 승려들이 계속해서 종단을 좌지우지한다면 조계종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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