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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외식업 창업 설명회나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가본다. 요즘 유행인 음식이나 창업 유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업의 고전 분야인 치킨점과 카페 말고도 세탁소와 청소업체 등 그 영역은 다양하다. 음식 영역으로 국한하자면 근래 수제버거 열풍이었다. 패스트푸드의 대표 선수인 햄버거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버거킹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점유하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런 곳까지 햄버거 가게가 들어오나 싶을 정도로 동네 곳곳에 ‘맘스터치’가 들어섰다. 미국의 고급 햄버거인 ‘쉐이크쉑 버거’의 진출도 화제였다. 그러다 비교적 신생 업체인 ‘토니버거’ 창업설명회가 열린다 해서 찾아가본 때가 작년 겨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명사였던 ‘카페베네’의 창업주 김선권씨가 카페베네 경영에 실패하고 창업한 곳이어서 더욱 궁금했다. 게다가 그 즈음 <월계수 양복점>이라는 주말드라마에 조연급 남자 배우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나오면서 간접광고도 시작하던 차였다.

설명회가 열리는 빌딩은 오며가며 익숙한 곳이었다. 지금은 기업회생절차까지 신청한 카페베네의 본사가 있던 청담동의 그 빌딩이었다. 카페베네의 총본산이었던 그 빌딩 1층에는 토니버거의 본점 격인 청담점이 성업 중이었다. 창업설명회를 들으러 가는 길에 일단 장사가 잘되는 토니버거 본점을 눈에 담고 들어가게끔 코스가 짜인 셈이다. 창업설명회에 꽤 많이 다녀본 터라 대충 이력이 나있지만 햄버거 분야는 생소했다. 워낙 대형업체 중심이어서 창업설명회라는 것을 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꽤 큰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뛰어들 수 있는 창업시장이 햄버거였다. 프라이드치킨 반 마리만 한 햄버거 패티가 빵(번)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인 토니버거를 하나 사먹고 들어갔다. 성장세에 있는 버거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다음엔 회사의 비전, 즉 본격적인 유혹의 손길이 훅 치고 들어왔다. 음식 기술이 없어도 며칠만 배우면 다 팔게끔 만들어준다는 말은 이 분야의 경구에 가깝다. 그저 포장만 뜯어서 순서대로 쌓으면 된다고 말하니 ‘기술부족’에 대한 두려움을 넘게 해준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최강점인 홍보 전략을 앞세운다. 원조 한류스타가 지상파 광고도 찍는다며 지면촬영 중인 송모 배우의 홍보영상을 계속 보여주었다. 그런데 몇 달 뒤 막상 드러난 토니버거의 광고 모델은 그가 아니었다. 식당 경영을 하는 한 예능인을 앞세워 “너무 커, 너무 길어”라는 노래가 반복해서 나오는 코믹 콘셉트로 바뀌었고 그나마도 프라임타임에 배치되지 못했다. 그날 설명회에 참여했던 몇몇은 이미 창업을 결심한 듯 보였다.

100호점 개점을 연내에 달성하겠다고 했던 토니버거는 결국 70호점으로 정점을 찍고 폐점이 이어졌다. 이제 40여개의 매장만 남아 버티고 있다. 계약서와는 달리 과한 물류비를 떼어가고 미진한 홍보로 어려움을 겪는 토니버거 가맹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김선권 대표를 제소했다. 어제 청담역에 내려 작년 토니버거 설명회를 들었던 빌딩 앞에 섰다. 이미 집기들마저 다 치워진 토니버거 본점은 폐업 상태이고, 본부는 청담동이 아닌 송파로 옮겼단다. 김선권 대표는 시가 30억원대 아파트를 경매시장에 내놓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날 내가 나누었던 토니버거와의 대화는 ‘꿈의 대화’였나. 김선권 체제하에 카페베네 점주들이 겪었던 공포영화의 재방송을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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