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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했다. “월 매출 3000만원이면 원가 750만원에 순수익 750만원 정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750만원을 살뜰히 굴려 희망찬 미래를 점쳐보았다. 다만 3억원에 육박하는 창업비용은 사실 은행에 기대야 하고 순수익에서 대출이자와 원금 갚고 가족들 건사도 해야 한다. 간신히 창업비용을 마련했다손 쳐도 좋은 가게 자릿세는 이미 천정부지. 무엇보다 월 매출 3000만원이 어디 그리 쉬운가. 한여름밤의 꿈이다.

카페 창업설명회는 치킨점 창업설명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치킨은 뭐랄까, 퍽퍽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 브랜드 카페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은 노트북을 꺼내들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아마 카페 운영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곁다리로 카페 운영을 해본 적이 있어서 귀동냥 정도는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차원이 달랐다. 종종 외식업 설명회나 박람회에 들러보곤 한다. 연구자로서, 가끔은 정말 노후 고민 때문에 말이다. 이날은 토종 브랜드를 내세우며 한때 승승장구하던 모 카페 프랜차이즈 설명회였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부실 경영으로 오너가 회사를 넘기고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제 오너는 외국계 펀드다. 자본잠식 등 어려운 사정이 많이 알려져 있어 과한 프로모션 없이 그저 제2의 도약 계획을 밝히는 정도였지만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것뿐. ‘3000만원 벌 수 있을까?’

전체 자영업의 외식업 비율은 약 10%로 잡지만 실제로는 20%에 육박한다. 한편 등록된 프랜차이즈 가맹 브랜드 5300개 중 76%가 외식업종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곧 음식산업이다. 그만큼 프랜차이즈의 분쟁은 외식업 분쟁인데, 회사끼리의 분쟁도 많고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은 더 많다. 분쟁 유형은 다양하지만 계약서상 ‘갑’이고 진짜 갑이기도 한 가맹본부(본사)의 갑질 분쟁이 많다. 영업권 축소와 계약해지 통보와 리뉴얼 강요, 판촉비 전가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영업권 축소란 신규 출점을 하려고 기존의 영업권 거리를 좁힌다는 것이다. 동일 브랜드 지근거리 출점은 상권 침해다. 가맹점주들에게 상권은 곧 생명권이다. 하지만 본사는 기존 가맹점의 매출 확대보다는 신규 출점으로 일시불을 당기려 한다. 5년 계약을 보장한다면서도 실제로 계약서 조항에는 해마다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 일종의 충성맹세인 셈이다. 가게를 차려놓은 마당에 접을 수도 없으니 본사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종종 원부자재 밀어내기와 중단이라는 방식이 등장한다.

프랜차이즈 가맹계약서는 공정거래위의 ‘표준가맹계약서’ 양식을 따른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양식만 가져다 쓸 뿐, 독소조항은 곳곳에 있다. 의무조항은 많고 권리조항은 취약한 프랜차이즈의 가맹계약서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가맹거래사나 변호사에게 문의하라며 또 돈 드는 소리만 해댈 뿐.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이 경찰서에서 ‘폴더 사과’를 했다. 추잡한 성추행 사건은 가족들이 함께 즐겨먹는 치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최호식씨야 회장에서 물러나지만(주식은 갖고 있죠?), 간판 걸고 영업하는 가맹점들은 어쩌란 말인가. 반짝 2주 할인행사로 넘겨보려 하지만 2년도 아니고 2주 정도로 회복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의 표준가맹계약서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오너 리스크’에 따른 가맹점주 피해에 대한 보상 조항은 없다. 의무만 나부끼고 권리는 약한 가맹계약서 자체가 불공정의 실체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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