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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로만 소통하는 클럽하우스가 인기입니다. 특정 운영체제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기에 ‘인싸들의 SNS’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개발사가 한 가지 운영체제로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은 꽤 많았고 초대장 가입 방식은 구글의 G메일도 십수년도 전에 쓴 방식이며 성공한 SNS는 대부분 트렌디한 사용자들로 출발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심을 끈 것은 아이언맨의 현실판이라 불리는 외국의 유명 CEO가 가입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해외 주식 열풍에 그가 만든 회사의 주식을 잔뜩 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애플리케이션이 알려진 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들이 참여하며 가입자가 폭증하자 우리 사회에도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에서 시작한 SNS는 시대별 욕망이 결합되며 흥망성쇠를 거쳐왔습니다. 투잡의 판타지를 제공해준 유튜브는 촬영과 편집의 품이 너무 많이 들어 실망한 사람들이 중고시장에 제작 장비를 내놓게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지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인스타그램은 글보다 사진 위주라 의견을 세세히 밝히기 어렵습니다. 길이 제한없이 자신의 논지를 정돈하여 밝히는 블로그나 140자에 촌철살인의 주장을 펼치는 트위터는 정제를 위한 여지가 허용됩니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육성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듣는 이가 실시간 질문하고 답을 얻는 데 차별점이 있습니다.

목소리의 힘은 목소리만 온전히 들려질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정보가 부족하기에 듣는 이는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주파수로 다가오는 색과 벼려진 단어를 구조화된 구성 속에 배열하는 조어 능력은 화자의 전문성과 인격에 담겨진 향을 전해줍니다. 여기에 상대의 생각에 대한 나의 고민을 더해 현명한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지금 시대에 가장 떠오르는 진정성을 선명하게 나타내도록 해 줍니다.

조직의 유지기간보다 훨씬 길어진 인간의 수명으로 사람들은 모둠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이 유한하다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보다 나는 누구인가 정의하고 사회 속 영향력이 새로운 정체성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을 희망합니다. 조직을 넘어선 가시화된 신뢰의 네트워크는 독립적인 개인의 경쟁력으로 환금될 수도 있기에 유독 클럽하우스 내 이른 시기부터 수익모델이라는 키워드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N잡러를 꿈꾸는 사람들은 정규직이라는 예전의 직장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지는 지금 신규로 진입하는 분들만이 아닙니다. 꽤 경력을 쌓아 나름의 기반을 가진 사람들조차 불투명한 미래와 긴 수명에 미리 준비한 가을걷이가 부족해 보이는 조바심을 느낍니다. 겸업금지의 명문화된 취업규칙을 지키며 ‘딴짓’을 하는 동료를 로열티가 없다며 비난했다가 꾀돌이 같은 그들이 ‘수익창출’ 기능을 이용하여 명성뿐 아니라 ‘패시브 인컴’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며 자괴감에 빠진 경험도 있습니다. 치솟는 부동산의 가격을 바라보다 이제는 해외주식과 비트코인에 눈을 돌리던 상황에서 새로이 시작되는 클럽하우스는 아직 무주공산인 금광을 발견한 느낌에 흥분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나와 생각과 느낌이 같은 사람과 대화하고픈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너무나도 손쉽게 충족되는 희열이 아닐까 합니다. 주파수가 같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환경은 코로나19와 함께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공부방을 채우던 라디오 소식에 내 사연이 실리면 친구들의 환호가 한 달 내내 이어지던 멋진 경험은 지금도 추억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클럽하우스에서 상처받은 경험을 나누는 방들이 만들어지는 것 역시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 생각하며 서로의 생각이 공명되는 세상에 목소리만의 네트워크가 또 하나의 힘이 되길 바랍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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