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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장 보다’는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다’란 의미다. 일상생활에선 부사 ‘다’가 붙은 ‘볼 장 다 보다’꼴이 더 많이 쓰인다. ‘일 때문에 잠은 다 잤네’에서 보듯 ‘다’는 실현할 수 없게 된 앞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반어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볼 장 다 보다’는 ‘일이 더 손댈 것도 없이 틀어지다’란 뜻을 담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일 때 쓴다. 그런데 ‘볼 장’을 ‘볼 짱’ 또는 ‘볼짱’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볼 장’의 발음이 ‘볼 짱’이기 때문일 터다. 우리말에 ‘볼짱’이나 ‘짱’이란 명사는 없다.

어떤 말의 형태를 살려 적을 특별한 근거가 없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혼’을 강조해 이르는 말인 ‘혼쭐’을 ‘혼줄’이 아니라 ‘혼쭐’로 적는 이유는 ‘쭐’이 어디에서 온 말인지 유래를 알 수 없어서다. 한데 ‘볼 장’의 ‘장’은 한자 ‘場(시장)’의 뜻으로 쓰인 말이다. 해서 ‘짱’으로 소리 나지만 원래 형태를 밝혀 ‘장’으로 적는 것이다. ‘볼 장’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한다.

‘볼 장’이 본뜻과 최근에 사용되는 의미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어원을 밝혀 적지 말고, 소리 나는 대로 ‘볼짱’으로 적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전은 ‘볼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볼 장’의 ‘장’을 여전히 본뜻이 살아 있는 말로 보기 때문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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