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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희에게 급호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의 제목이다. ‘급호감’은 젊은이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호감이 간다’란 뜻으로 통하는 말이다. 10대들의 통신언어로 쓰이던 ‘급호감’ ‘급실망’ ‘급당황’ ‘급피곤’과 같이 접두사 ‘급’을 붙여 만든 말이 최근 신문·방송에 자주 나온다. ‘급짜증’ ‘급궁금’처럼 순우리말과 결합한 말도 눈에 띈다.

‘급짜증’처럼 ‘급’이 포함된 신어는 대체로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 즐겨 쓴다. 한때 ‘왕호감’ ‘왕짜증’ ‘왕궁금’ ‘왕실망’ ‘왕피곤’ 등으로 많이 쓰이던 ‘왕’의 자리를 이젠 ‘급’이 꿰찬 듯하다.

‘급’은 ‘급상승’ ‘급회전’에서와 같이 ‘갑작스러운’이란 의미로 쓰이거나, ‘급경사’ ‘급환자’에서처럼 ‘매우 심한’이나 ‘매우 급한’의 뜻을 더해주는 말이다. ‘호감’ ‘짜증’ 등에 붙은 ‘급’은 ‘갑작스러운’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따라서 ‘급호감’ ‘급실망’ ‘급짜증’과 같은 말은 우리말법에 어긋나는 표현은 아니다.

문제는 ‘급친해지다’ ‘급예뻐지다’ ‘급실망하다’ ‘급피곤하다’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에 ‘급’을 붙여 쓰는 경우다. ‘급친해지다’와 같은 표현은 가능할까? 아니다. ‘급’은 명사와 결합해 새말을 만드는 접두사다. 해서 ‘급실망하다’나 ‘급피곤하다’처럼 동사나 형용사에 붙여 쓸 순 없다.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하는 말은 부사이기 때문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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