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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선 실세로 행세했던 사람의 딸이 한 명문대 입학 과정에서 면접 특혜와 재학 당시 온갖 특혜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각종 학사 특혜가 주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국정농단’에 빗대어 ‘학사농단’ ‘교육농단’으로 부르고 있다.

지난해 전국 60만명의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이번 사건은 이들 수험생과 그 부모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신뢰와 공정성을 뿌리째 흔든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온갖 부정을 저지르고 특혜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교육계의 적극적 동조가 있었음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얼마 전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 학교의 총장, 학장, 입학처장은 참회는커녕 교육부의 감사 결과까지 전면 부인하며 거짓말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30년 전통의 명문 사학의 명예도, 교육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통해 이 같은 학사 비리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고, 교육 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수능 성적 없이 서류나 면접만으로 뽑는 예체능 특기자 전형 외에도 대학 입학 정원의 70%를 뽑는 수시모집과 비교과활동을 중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신뢰 확보도 급선무다.

오죽하면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수험생들이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까. 우리 모두 그 심정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돈도 능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호기롭게 세상을 향해 외치는 이런 건방지고 오만한 말은 모든 이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녀가 말하는 능력이 내겐 없지만, 이런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대학에 당당히 입학한 두 딸이 오늘따라 더욱 자랑스럽다.

김은경 | 주부·서울 동대문구 답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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