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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대통령 탄핵 정국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실공히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우리 역사상 소통하면 서희 장군과 안중근 의사를 손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서희 장군은 고려 성종 12년, 80만 대군을 앞세운 거란의 장수 소손녕을 상대로 한 적진 내 담판에서 국난의 위기를 영토 확장의 기회로 반전시킨 외교의 달인이자 명장이었다. 당시 거란의 침입 목적이 고려와의 수교에 있음을 간파한 서희 장군은 국교 단절의 원인을 여진족의 교통로 강점 및 차단 탓으로 설파해 마침내 청천강 이북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강동 6주를 획득했다.

일본인 지바 도시치(千葉十七)가 1979년 12월 ‘안중근 의사 탄신 100주년’을 맞아 그의 의거 70년 만에 안 의사의 최후 유묵인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보물 569호)이란 글을 우리나라에 반환하여 한·일 양국 간 우호 증진에 새 지평을 열었다.

이 유묵은 1910년 3월26일 안 의사가 뤼순 형무소에서 처형되기 직전, 옥중의 자신에게 잘 대해준 일본인 간수 지바에게 감사의 뜻으로 써준 것으로 반환자는 그의 유족이었다.

지바는 형무소에서 알게 된 안 의사의 훌륭한 사상과 고매한 인격에 감화를 받아 이 유묵을 제단에 걸어두고 평생 향을 사르며 안 의사의 명복을 기원했고 ‘소중히 잘 모시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그리고 이 사실이 일본 사회에 알려지는 과정에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안 의사와 지바의 숭고한 우정이 함께 알려지면서, 일본의 우익들조차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는 일화가 있다.

“다리를 놓고 길을 여는 자는 흥할 것이고 담을 높이고 성을 쌓는 자는 멸할 것”이란 선현의 가르침이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 요즈음이다.

우하영 | 대구 수성구 수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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