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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새벽시간에 음주단속을 하는 중에 급한 무전이 떨어졌다.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인해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는 신고였다. 음주단속을 신속히 마치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운전자들이 편도 1차로의 양쪽에 차량을 불법주차해놓고 포켓몬을 잡으러 가서 다른 차량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순찰차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인근 공원에서 포켓몬을 잡으려는 젊은 학생과 시민 여러명이 휴대폰만 쳐다보고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가 막힐 정도였다. 그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좁은 공간에 즐비하게 불법주차를 해놓는 바람에 다른 차량의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게임 '포켓몬고'를 이용해 포켓몬을 잡는 모습. 연합뉴스

불법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안내 방송을 하고 차량에 남겨놓은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했다. 하지만 게임에 빠진 젊은이들은 쉽게 차량을 이동주차하려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량을 이동주차시키고 그 주변을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무렵 다른 경찰서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하여 교통경찰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교통정리 때문에 강력사건에 관한 무전을 제대로 청취하기가 어려웠다. 교통경찰의 본연의 업무가 교통소통과 안전확보라지만, 강력사건도 초기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의 임무이므로 안타까웠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느라 어느 한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면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앞으로 경찰은 포켓몬고 게임을 하기 위해 불법주차를 하거나 휴대폰만 쳐다보며 무단횡단을 하는 행위, 운전 중 포켓몬을 잡으려고 휴대폰을 조작하는 행위 등을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다. 제발 부탁하고 싶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일지라도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승용 | 대전 유성경찰서 교통안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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