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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은 1년 중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빛나는 날이라는 정월 대보름이다. 대보름은 농경문화와 밀접한 날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에 뜨는 보름달을 보며 풍년이 들기를 빌었다. 이날은 우리네 음식을 먹으며 액운을 떨쳐내는 날이기도 했다. 대보름 음식인 오곡밥은 우리네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을 섞어 만든 밥이었고 반찬으로는 묵은 나물을 삶아 먹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전통 명절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 절반 이상이 수입 농축산물로 채워지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 48.4%에 그쳤다. 사료용 곡물은 97%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둘을 합하면 우리나라 전체 곡물 자급률은 24%(2015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축산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쇠고기 자급률을 37.7%로 추정했다. 쇠고기 자급률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3년(36.3%)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해 호주·미국산 등 해외 쇠고기 수입량은 2015년보다 21%나 증가했다. 돼지고기는 국산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외국산 매출이 빠르게 늘어 2014년 1.8%에서 2015년에는 4.6%로 뛰었다.

이처럼 수입품이 국내 식탁을 대거 점령하고 있는 것은 가격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국산 제품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이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급이 원활하고 저렴한 외국산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산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약해지고, 수입 농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심각한 것은 미각 자체가 수입 농산물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일례로 수입밀이 아니라 우리밀로 만든 빵을 처음 먹으면 텁텁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에는 가급적 우리 농수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우리 농촌에 힘을 실어주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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