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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좋다’라고 하면 되는 경우에도 굳이 제3자에게 전달하는 듯한 애매한 표현인 ‘맛있는 것 같다’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인 ‘부인’을 자기의 아내에게 보란 듯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멀리 있을 때는 미인이고, 가까이 있을 때는 추녀’라는 뜻의 ‘장미단추’,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는 뜻의 ‘낄끼빠빠’ 등은 국적 없는 신조어들이다.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어른들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서로 주고받는다. 욕설·비속어·반말·은어 등 거의 막말 수준의 언어폭력이 습관화·일상화돼 버렸고, 국적조차 애매하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들이 남발되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우리가 후손에게 고이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말이 도처에서 수난당하며 신음하고 있다. 외래어 공해는 또 어떤가.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의 무분별한 외래어 범람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적 불명의 언어들 때문에 우리말이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비단 나만의 기우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한다. 또 작금의 상황은 단순히 언어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의사 전달 체계 자체를 훼손하고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분석한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우리가 잘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퇴보하고 오염되게 마련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말과 글은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위대한 문화 자산이다. 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당연한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한글의 그릇된 사용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언어 순화를 위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김은경 | 주부·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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