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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 안 살림을 정리, 수납, 폐기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터넷 동영상 채널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가는 소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소한의 물건, 최소한의 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거나 집 안을 비우고 나니 삶이 전보다 더 여유롭고 행복해졌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물건에 둘러싸여 혹시 모를 필요에 대비하는 삶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물질의 과도한 소유나 소비, 집착으로 참된 행복과 자유가 오지 않는다는 건 지극히 평범한 깨달음이다. 수많은 물건에 철저히 포위돼 안락하고 인간다운 삶을 빼앗겨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인생의 목적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한 살벌한 전쟁터가 되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나의 삶 역시 대부분의 경우 소유의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신앙처럼 뭔가를 가지면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반대로 내가 불행한 이유는 원하는 걸 원하는 만큼 갖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갖고 싶던 걸 손에 넣어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뭔가를 찾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현대인의 삶은 온통 쓰지도 않을 것들로 잠식되고야 만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서 덕지덕지 낀 온갖 허위의식을 덜어내고 ‘주제가 있는 삶’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적게 갖지만 삶의 중요한 부분을 의미 있게 채우는 삶, 즉 ‘진정한 자기 발견’이 참된 비움일 것이다. 이젠 우리도 보다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현대사회를 정의하는 키워드 ‘풍요 속의 빈곤’은 많은 물질을 누리며 살지만 인간은 점점 더 소외되고, 물질에의 종속으로 소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나도 이젠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니라 ‘비움 속의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고 싶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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