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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비용 부담을 한국 측에 요구했고, 이를 알면서도 조기 배치를 강행했다는 언론 보도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전날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미국 언론 인터뷰 내용이 자신의 해명과 다르다는 지적에 “한·미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내놨다. 두 번 모두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한 일방적 공지였고 제기된 의문들에 답하겠다는 태도가 아니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촉발된 사드 대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뭉개고 1주일만 더 버티면 된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안보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온 뒤에도 청와대 경호의 보호막 속에서 국민들의 눈길을 피해 박근혜표 정책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강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국방장관 시절인 2013년 6월, 2년 뒤로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다시 연기하자고 미국 측에 말을 꺼낸 장본인이다. 2014년 한·미의 전작권 전환 무기연기 결정 당시 그는 이미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여서 청와대 담장 안에서 어떠한 질문도 피해갈 수 있었다.
전작권 전환 때는 상관인 대통령의 눈치만 보면 됐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사드 대란은 경우가 다르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상관이 파면된 상황에서 김 실장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김 실장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대선을 앞두고 ‘안보장사’ ‘색깔론’을 전가의 보도로 삼는 보수 정치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이들만 보고 김 실장이 전횡을 저지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옛 야권 주요 후보들이 사드 문제에 대해 보여주는, 모호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입장이 김 실장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손제민 | 정치부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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