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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5회에 걸쳐 게재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기획 기사는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된 자원외교가 얼마나 즉흥적이며 무모하게 추진됐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손실이 뻔히 예상되는 정유회사를 사들이고,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사업도 고집부리다 피해를 키우는 등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 전모는 아직 미궁에 빠져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세계 자원시장을 얕보고 덤벼들다 수십조원의 돈만 쏟아부은 ‘국제 호갱(호구+고객)’ 사업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자원 개발은 거액이 투입되며 위험성이 높으므로 철저한 사전조사와 꼼꼼한 수익분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자원사업을 국내 과시용 정치적 이벤트로 접근하면서 첫 단추부터 꼬였다. 이 전 대통령과 자원특사들은 상대국과 맺은 양해각서를 가지고 마치 그 나라의 자원을 확보한 것처럼 떠들어댔다. 그리고 실행부서인 석유공사 등에는 ‘자주개발률’ 목표를 설정해 주었다. 이를 지상 과제로 안은 공사들은 허울뿐인 실적 제고에 집착했다.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왼쪽)·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이 국회에서 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정조사 일정 등에 대해 얘기하던 중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 결과는 참담했다. 양해각서들은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공사들이 사들인 광구나 에너지업체도 상당수 부실광구나 부실기업이었다. 자원외교의 대표사업인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의 경우 4조6000억원을 투자했으나 대실패로 끝났다. 멕시코의 볼레오 구리광산개발, 페루 광구개발, 이라크 유전사업 등도 캄캄하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정부가 밝히고 있는 자원외교 관련 투자액만 해도 26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미 3조3000억원의 손실이 확정됐으며 나머지도 회수는 난망이다. 혈세 낭비 사례로 거론되는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자금이 22조원이다. 그나마 4대강 사업은 국내에서 돈이 쓰였다. 그런데 정작 자원외교를 주도한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실무담당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원외교가 총리실에서 추진됐다며 책임을 돌렸다. 자원사업은 20~30년을 기다려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할 말을 다했다며 국회 증인출석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회고록은 오히려 의혹만 키웠을 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책이 아니라 청문회에서 스스로의 입으로 의혹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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